지난 17일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이유빈 아나운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올 시즌 스포츠 현장엔 눈에 띄는 신인 스포츠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MBC 스포츠플러스 소속 신예 이유빈 아나운서다. 이유빈 아나운서는 방송사 사정에 따라 때로는 야구장에, 때로는 씨름 경기가 펼쳐지는 모래판에 등장하기도 하며 최근엔 축구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무대를 가리지 않고 스포츠 현장의 생생함을 전하는 이유빈 아나운서를 지난 17일 만났다.
―활동기간이 길지 않아 아직 낯설어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 자신을 소개 해달라.
“1994년생 스포츠 아나운서 이유빈이라고 한다. MBC SPORTS+(플러스)에 입사한 지 7개월이 됐다. 야구, 씨름, 축구 현장에서 경기 전 리포팅과 수훈선수 인터뷰를 통해 팬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있다. 아직 초보라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지금 많이 긴장한 모습이다.
“정말 그렇다. 매번 인터뷰어로 일하다가 내가 직접 겪어보는 건 처음이다. 혹시 ‘말실수를 하진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앞으로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을 인터뷰할 때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 같다. 인터뷰 당사자가 돼보니 선수들이 제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 자체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구나 반성하게 된다. 오늘을 계기로 한층 격이 높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대해 주셔도 좋다(웃음).”
―데뷔 첫해인데도 다양한 스포츠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생소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적응이 빠른 것 같다.
“아직 부족한 게 정말 많다. 그래서 어떤 현장에 나가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야구 같은 경우엔 선수들이 걸어온 길에 대한 공부를 최대한 많이 하는 편이다. 축구와 씨름 현장에 나가기 전엔 종목 특성과 규칙을 확실하게 숙지하려 애쓰고 있다. 회사 선배들께서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큰 실수 없이 방송을 하고 있다. 선배들께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이유빈은 지난 8월 구례 전국 여자천하장사 씨름대회에서 이벤트 매치에 나섰다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특히 ‘씨름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원래는 회사 전통(?)이 남자 아나운서와 여성 선수의 대결을 이벤트 경기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정돼 있던 선배가 부상으로 빠져 내가 나서게 됐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나름 전통이 있는 이벤트인데 괜히 내가 해서 재미도 없고 망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상대 선수에게 ‘확실하게 해달라’고 일종의 청탁도 했다(웃음). 실제 경기는 씨름이라기보다 ‘무중력 체험’에 가깝게 공중을 날았다가 모래판에 메쳐졌다. 많은 분이 웃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다. 야구 현장에서도 ‘코미디빅리그보다 재밌었다’ 는 등의 인사를 많이 받았다.”
―한 시즌을 소화한 야구 현장에 대한 애착도 남다를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날짜도 기억한다. 8월 15일 광복절. 나종덕(롯데) 선수와 인터뷰가 떠오른다. 롯데 포수에 대한 특별한 스토리가 있지 않나.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남달랐던 성장통을 눈물을 글썽이면서 풀어놓는데, 들으면서 나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보시는 분들도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 선배한테 칭찬도 받았다(웃음).”
―스포츠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 같다.
“처음으로 나섰던 수훈선수 인터뷰를 좀 더 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창민(NC) 선수가 끝내기 안타를 친 상황이었다. 미리 준비해놓은 부분이 있었는데 갑작스레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모창민 선수가 느꼈던 감정보다 내가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급급했던 상황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험난한 데뷔전이었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이유빈 아나운서는 “겨울에는 빙상 종목 현장에 나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다양한 종목을 경험했는데 욕심나는 종목이나 무대는 없나.
“지금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굳이 꼽자면 겨울 종목으로 빙판에서 열리는 경기 현장은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방송사 사정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무대에도 가보고 싶다. 아무래도 정규시즌보다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팬들까지 남다른 자세로 임할 텐데 그런 마음가짐을 전하고 싶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지만 미움을 받기도 쉬운 직업이다.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흘러왔지만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많은 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시지만 때로는 악성 댓글이 보이기도 한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언제 그런 공격이 늘어날지 모르기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웃음).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는 직업에는 숙명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고 한다. 물론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본업에 충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유빈 아나운서는 “외모만으로 평가 받는 아나운서가 아닌, 본업에 충실한 아나운서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다만 몸매가 좋다는 평가는 이전까지는 들어본 적 없던 이야기다. 가끔은 부담도 된다. 그래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바로 어제, 필라테스 센터에 회원 등록을 했다(웃음). 시청자분들이 저만 유독 청바지를 입는다는 말씀들도 하시는데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들 청바지를 입는다. 오해다(웃음). 개인적으로는 다른 연관 검색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어떤 검색어인가.
“‘인터뷰’ 정도가 좋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내가 맡은 임무가 인터뷰였기에 본업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단순히 예쁜 아나운서가 아닌, 선수들의 진심을 전하는 인터뷰 잘하는 아나운서, 열심히 하는 아나운서로 기억되고 싶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내가 하기에 달려 있다. 앞으로 더 나아지는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도록 하겠다. 잘 지켜봐주시면 기대에 보답해 드리겠다(웃음).”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