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었다.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 24일 구속 수감된 까닭에서다. 8월 27일, 압수수색에 착수한 지 57일 만에 나온 ‘의미 있는 판단’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이다. 이제 검찰은 “피의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강압수사 비판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수사는 조국 전 장관을 본인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정 교수 관련 혐의 중 조 전 장관도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의혹들을 추궁할 계획이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무리하게 수사 속도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곧 소환’할 것처럼 얘기가 나오지만, 정경심 교수 구속 기간(최대 20일) 등을 감안할 때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게 검찰 내 중론이다.
#정경심 측의 전략 자충수 됐나
10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로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경심 교수. 영장실질심사만 7시간, 송 부장판사가 서류를 검토하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24일 0시 20분경,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됐다.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정경심 교수는 곧바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며 포토라인에 선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진=최준필 기자
법조계는 ‘아프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한 정경심 교수 측의 전략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수사를 개시한 검찰은 치밀하게 준비했다. 영장실질심사 당시 입증하기 애매한 의혹은 모두 제외하고, 입증이 가능한 혐의만 적시했다. 딸의 부정입학과 사모펀드 투자, 증거인멸 관련 등 다툼의 여지가 없을 부분부터 증거와 함께 신문을 시작했다. 특히 부정입학과 사모펀드 투자에 대해선 파워포인트(PPT)를 띄워놓고 정 교수의 혐의를 재판부에 일목요연하게 전달했다.
오후 들어서는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신문하며, “코링크PE 관련 혐의가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구속영장에 명시된 11개 혐의 중 코링크PE 관련 혐의가 4개에 이른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 죄명도 가볍지 않다. 검찰은 관련 혐의를 추가 수사를 위해 “정 교수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공개된 정보라 미공개 정보가 아니”라며 “사실관계 자체도 잘못됐지만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자체가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혐의 전체를 부인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표창장 위조 등에 대해서는 “과장됐다”, PC 반출 및 하드디스크 교체(증거인멸)에 대해서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정 교수 측은 “최근 뇌종양과 뇌경색을 진단 받았다. 구속을 견디기 어렵다”면서 해당 병명이 기재된 입원증명서를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의사 출신 검사가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정 교수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한 결과 “양성 종양으로 보인다. 구속을 견딜 수 있다”는 취지로 재판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변론에서 정 교수는 “우리 사회가 한 가족을 이렇게까지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며 법원에 호소했지만, 결과는 검찰의 승리였다.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됨”이라는 게 법원이 내놓은 입장. 46자의 짧은 문장이지만 이 메시지는 정 교수의 ‘완패’를 명백하게 보여줬다.
영장전담 재판부를 역임한 한 법원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다’는 것은 무죄라고 주장했던 정경심 교수 측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었다는, 바꾸어 말하면 검찰이 들고 온 증거와 적용 혐의가 처벌하기 충분하다는 얘기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는 것은 정경심 교수의 각종 행위 배경이 증거인멸 시도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는 1차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건강 부분을 명시하지 않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명시한 것에 대해서는 “건강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혐의를 다투는 상태에서 이미 혐의가 입증됐고 그 혐의가 무거운 점 등을 모두 고려해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됨’이라고 적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무법인 세 곳에서 18명의 변호사들을 불러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고 영장심사에 대응했지만,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 역시 “혐의를 다투면서 아프다고 할 것이 아니라, 혐의를 인정하면서 아프다고 해야 구속을 피하는 효과가 있다”며 “확실한 혐의만 영장에 기재한 검찰의 선택이 탁월했고, 반면 혐의를 다투고 증거인멸 시도 정황도 있는 가운데 기존 전략을 고수한 정경심 교수 측의 대응은 너무 빤했다”고 평가했다.
사의를 표명한 뒤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박정훈 기자
#검찰, 직진만 남았다?
이제 검찰은 수사 7부 능선을 ‘안정적으로’ 넘은 셈이다. 우선 사건의 정점에 서 있는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면서 강압수사라는 비판을 벗었다. △사모펀드 투자 △표창장 위조 등 입시비리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 크게 세 갈래로 수사하면서 관련기관 50곳 이상을 압수수색했는데, 소환조사도 정 교수의 경우 “아프다”며 조사가 끊겨 진행되는 탓에 7차례나 부르면서 ‘강압적인 수사’라는 비판도 받았다. 만에 하나 구속이 기각됐다면 ‘윤석열 검찰총장 책임론’이 거론될 정도로 후폭풍도 거셀 수밖에 없었다.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기까지, 앞으로 최대 20일이라는 수사 기간을 확보한 검찰. 앞으로 정 교수를 추가 소환해 보강수사를 한 뒤 구속기소할 계획이다. 특히 그 전후로 조국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일부 혐의도 드러나고 있다. 정경심 교수는 2018년 1월 2차 전지업체인 WFM(더블유에프엠) 군산공장 기공식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뒤 차명으로 주식 12만 주를 6억 원에 사들였는데, 이는 당시 시세보다 2억 4000만 원가량 저렴한 것이었다. 문제는 당시 이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의 계좌에서 정 교수에게 5000만 원가량의 돈이 이체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이 과정 전반을 알고 있었다면 민정수석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해진다. 그동안 조 전 장관은 청문회와 기자간담회 등에서 “주식 직접투자가 안 된다고 해서 사모펀드에 투자했을 뿐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해왔다. 검찰이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선 여당 국회의원이 “뇌물로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할 정도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24일 종합편성채널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앞선 의혹에 대해 “‘뇌물’의 성격으로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그는 “주머닛돈이 쌈짓돈인데 (액수가) 좀 크다. 시가보다 싼 가격으로 주식을 대량 매집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내가 검사라면 이건 ‘뇌물이냐 아니냐’로 반드시 수사를 집중할 것”이라고 소신을 펼쳤다. 뇌물로 수사해야 한다는 것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보고 줬을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밖에 정경심 교수에게 적용된 11개 혐의 가운데 최소 4개 혐의는 조국 전 장관이 연루됐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 서울대 법대 인권법센터에서 조 전 장관 자녀들에게 인턴 증명서를 발급했는데 이 증명서가 조 전 장관 자택 컴퓨터에서 나온 정황(허위작성 공문서 행사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과 자산관리사 김 아무개 씨가 “검찰에서 정경심 교수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러 갔을 때 조 전 장관도 집에 있었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정황(증거위조 교사와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불가피하다.
돈 거래부터 청문회 준비에서 증거인멸 의혹까지 모든 과정을 아내 정경심 교수와 긴밀하게 움직였다면 대질신문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조사를 더 해봐야 하겠지만, 조국 전 장관이 ‘후보자’일 때 수사를 시작한 만큼 끝까지 결과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설사 기각되더라도 검찰의 판단은 ‘구속이 필요할 만큼 죄가 중하다는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