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기본 논리는 정부가 예산을 확대해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 지출을 늘리면 소비가 증가해 경제활력이 살아나고 그러면 투자가 활성화해 다시 일자리와 국민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현 추세로 가면 한국 경제는 추락을 면하기 어렵다. 이미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이 곤두박질이다. 2018년 12월 1.7%의 감소율로 시작한 수출이 10개월째 하락해 지난 9월 11.7%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더욱이 미래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투자가 급락세다.
지난 2분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와 3.5% 감소했다. 실로 큰 우려는 경제가 죽음의 덫이라고 하는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지난 8월과 9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4%와 0.4% 하락했다.
향후 물가하락이 지속되면 수익성이 악화해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더 줄이고 가계는 소비를 미루거나 중단해 경제가 성장을 멈추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1.25%로 내렸다.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금리인하 정책효과가 미흡해 경제불안이 계속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대까지 내리는 것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준금리를 내려도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불안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산업발전이 부실해 기업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기회를 찾기 어렵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의 타격을 받아 수출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고용이 불안하고 가계부채가 많아 소비도 저조하다.
경제가 기준금리를 내려도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부동자금만 증가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고 있다. 시중의 부동자금 규모는 이미 1100조 원을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투기를 가열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창업과 투자다. 그러나 기업의 부실이 심각한 상태다. 최근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기업 중 3년 이상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총 3236개로 전체의 14.2% 달한다. 7개 기업 중 1개는 부도위험에 처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한국은행이 아무리 기준금리를 인하해 자금을 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 산업정책이다. 새로운 산업발전이 없으면 경제성장은 허구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2일 국회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하고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요구했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경제정책으로 재정팽창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재정팽창으로 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정부의 재정지출이 생산적인 투자보다는 소모적인 지원에 치중한다. 따라서 경기부양이 무위로 끝나고 정부 부채만 증가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한 것은 물론 추가경정예산을 세 차례나 편성했다. 결과는 경제성장률 하락, 고용 불안, 양극화 확대다.
곧 문재인 정부 임기가 절반을 넘는다. 경제가 실패하면 정부도 실패한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초점을 산업구조개혁과 투자활성화에 맞춰야 한다. 경제가 성장을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구조와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 필요에 따라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수순이다. 후반기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