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제로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제한적이다. 웅진씽크빅이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끌어온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의 총 부채액은 2018년 말 3343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 8362억 원으로 늘었다. 웅진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웅진코웨이를 1조 6831억 원에 재인수했는데 1조 8000억 원 이상의 가격을 받고 팔면 1000억 원 이상의 차액은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웅진 관계자는 “지금은 웅진코웨이 매각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급하게 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에 매각 후에는 신사업보다 일단 그룹의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웅진그룹 주요 계열사로는 교육·출판업체 웅진씽크빅, 출판유통업체 웅진북센, 골프장운영업체 렉스필드컨트리클럽, 화장품·건강기능식품업체 웅진투투럽, 태양광업체 웅진에너지(현재 기업회생절차 진행 중) 등이 있다. 하지만 웅진씽크빅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는 소규모에 불과해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웅진그룹 측은 당분간 웅진씽크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웅진의 기존 사업 중 가장 수익성이 좋고, 최근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파주시에 위치한 웅진씽크빅 본사. 사진=연합뉴스
웅진그룹 측은 당분간 웅진씽크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웅진의 기존 사업 중 가장 수익성이 좋고, 최근 적지 않은 투자도 했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은 지난 1월 89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지난 2월에는 인공지능(AI) 학습지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웅진그룹 관계자도 “한동안은 웅진씽크빅 위주로 경영할 것 같다”고 밝혔다.
웅진씽크빅의 최근 상황은 썩 좋지 않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1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175억 원에 비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억 원에서 102억 원으로 하락했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웅진씽크빅의) 미래교육 사업본부 호조에도 불구하고 교육문화와 단행본, 종속법인의 부진으로 당초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웅진씽크빅은 대교, 구몬 등 타사와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웅진씽크빅이 공시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웅진씽크빅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3.60%를 차지한 이후 해마다 하락해 2018년에는 3.24%로 떨어졌다. 저출산시대가 도래하면서 업계 앞날도 밝지 않다. 웅진씽크빅의 학습지 사업을 담당하는 교육문화사업본부의 매출 비중이 줄고, 전집 도서류 판매 등을 담당하는 미래사업본부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AI 학습지 서비스에서 볼 수 있듯 웅진씽크빅은 디지털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며 업계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영어교육을 예로 들면 교육용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기존 주입식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영어를 노출해 습득하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며 “영어교육 콘텐츠, AI, 증강현실(VR) 등 4차산업 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맞춤형 교육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스마트러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웅진에너지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지난 6월에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법원이 웅진에너지를 회생시키더라도 향후 웅진그룹 계열사로 남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진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한때 웅진그룹의 핵심 신사업이었던 웅진에너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웅진에너지에 따르면 잉곳 생산 설비 가동률은 2017년 말 87.8%에서 올해 6월 말 16.3%로 줄었고, 같은 기간 웨이퍼 생산 설비 가동률은 96.7%에서 11.8%로 급락했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지난 6월에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낮아진 제품 가격 수준과 태양광 시장의 공급과잉 구조를 감안했을 때 당분간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에너지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에는 우리가 관여하고 있는 게 없다”며 “향후 일정은 법원이 결정할 일”이라고만 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을 위해 웅진에너지 청산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아 회생설에도 무게가 실린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가 문을 닫으면 국내 업체들은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국내 셀·모듈 생산업체에 비싼 가격으로 잉곳·웨이퍼를 납품하면 국내 태양광업체의 경쟁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법원이 웅진에너지를 회생시키더라도 향후 웅진그룹 계열사로 남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태양광업계 다른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 자체가 중국으로 재편된 상황이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한 상태인데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가져갈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가 이끄는 화장품업체 웅진투투럽은 2018년 매출 39억 원, 순이익 3억 원 수준으로 큰 존재감이 없다. 웅진그룹의 다른 계열사 웅진릴리에뜨도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역시 규모가 크지는 않다. 웅진릴리에뜨는 윤석금 회장 일가가 지분 55.41%를 보유한 회사로 사실상 개인 회사에 가깝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다단계판매사업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웅진릴리에뜨의 매출은 2016년 56억 원, 2017년 44억 원에서 2018년에는 30억 원으로 감소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