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2일로 예정된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프랑스풋볼 인스타그램 캡처
#손흥민-이강인, 발롱도르 시상식 동반 노미네이트
발롱도르(Ballon d‘Or)는 프랑스어로 ‘황금공’을 의미하는 이름으로 그해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돌아간다. FIFA 주관 대회에서 MVP에게 주는 이름이 ‘골든볼(Golden Ball)’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손흥민은 올해 프랑스풋볼이 선정한 아시아 유일의 후보다. 한국인 선수로선 2002년 설기현, 2005년 박지성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세계의 수많은 상 중에서도 발롱도르는 선수들이 꼽는 최고 명예로 간주된다. 1956년 프랑스 축구전문 언론 프랑스풋볼이 만든 이 상은 엄선된 축구 저널리스트들의 투표로 주인공이 결정된다. 초대 수상자 스탠리 매튜스(잉글랜드)를 시작으로 레프 야신(러시아), 프란츠 베켄바우어(독일),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 지네딘 지단(프랑스)을 거쳐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까지 당대 최고 선수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축구계에서 누가 가장 뛰어난 선수인지에 대한 논쟁은 일상 같은 일이다. 전문가나 팬들은 선수의 기량을 논할 때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개인의 기록으로도 이야기하지만 발롱도르의 수상 여부, 순위를 놓고도 평가 요소에 반영하기도 한다.
발롱도르는 축구선수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으로 평가 받는다. 사진은 지난해 발롱도르를 수상한 루카 모드리치. 사진=연합뉴스
발롱도르는 최근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2018년에는 여성 부문과 U-21 부문이 신설됐고 이번엔 골키퍼 부문이 신설됐다. 똑같이 발롱도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 부문과 달리 U-21과 골키퍼의 경우 ‘코파 트로피’와 ‘야신 트로피’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초의 프랑스 국적 수상자(레몽 코파)와 역사상 유일한 골키퍼 수상자(레프 야신)의 이름을 땄다. 코파 트로피에서는 이강인이 후보에 이름을 올려 국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9월에도 ‘월드베스트 후보’였던 손흥민
아시아 유일 발롱도르 후보인 손흥민은 지난 9월에는 월드 베스트11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목을 받았다. 손흥민은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선정하는 ‘FIFA/FIFPro 월드 XI’ 공격수 부문 15명 후보 가운데 14위를 차지했다. 한 계단 아래에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공격수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베스트11에 선정된 공격수 3명은 메시, 호날두, 킬리앙 음바페(프랑스)였다.
손흥민(맨 앞줄 가운데)은 FIFA/FIFPro 월드 XI 최종후보 55인에 들며 주목을 받았다. 사진=FIFPro
FIFA/FIFPro 월드 XI는 세계의 선수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FIFPro에 가입된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국내에도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연맹이라는 이름으로 FIFPro 한국 지부가 있기에 한국 선수들도 6년째 투표에 참가 중이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본부에서 투표용지를 보내온다. 이후 선수들에게 용지를 나눠주고 선수들이 11명을 선정하면 다시 모아 네덜란드로 보내는 방식이다. 올해는 국내 선수협 가입인원 600여 명 중 500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월드 XI이 발표되는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드’라는 이름의 시상식에서는 FIFA 올해의 선수상(The Best FIFA Men’s player)의 주인공도 발표된다. 1991년 창설된 FIFA 올해의 선수는 FIFA 가입 209개국의 감독과 주장의 투표로 선정된다. 발롱도르와 마찬가지로 호나우두(브라질),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카카(브라질)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발롱도르 시상식에 코파 트로피, 야신 트로피가 있듯 FIFA 어워드에도 다양한 분야의 상이 있다. 올해의 선수, 코치, 감독, 베스트11이 각각 남녀 분야로 나뉜다. 이외에도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푸스카스 어워드’, 최고의 팬에게 주는 ‘팬 어워드’, 페어플레이를 펼친 ‘페어플레이 어워드’ 등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한국은 페어플레이 어워드 수상 대상으로 2차례 선정된 바 있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축구 경기 관중들이 ‘정돈된 관람 태도’로 상을 받았고 2002년엔 한일 양국이 사상 최초의 공동 개최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 대상이 됐다.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 6년간의 ‘불편한 동거’
가장 유명한 축구계 개인상인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가 통합이 됐던 기간이 있었다. 프랑스풋볼과 FIFA 양측은 파트너십을 맺고 2010년부터 ‘FIFA 발롱도르’라는 이름으로 시상식을 통합해서 열었다. 양측에서 주던 상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동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선정방식이 다른 양측이 통합되면서 수상자 선정에 논란이 따랐다. 엄격하게 한 해 활약 여부를 평가하는 발롱도르와 달리 현역 감독과 선수들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일부에선 ‘친분에 따라 수상자가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한 팀에 몰려 있어 팀 동료에게 몰표를 던지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2013년 FIFA 발롱도르 시상식은 트로피 주인공 호날두를 놓고 수상 자격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다. 왼쪽부터 펠레, 호날두 주니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제프 블래터. 사진=연합뉴스
특히 2013년은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사례로 남는다. 당초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바이에른 뮌헨의 프랭크 리베리가 거론됐다. 분데스리가, 국내 컵대회, 유럽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관왕의 주역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수상자는 아무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호날두였다. 유명세에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결국 FIFA 발롱도르는 6년의 짧은 역사만 남긴 채 2016년부터 다시 분리됐다. 하지만 이들의 통합과 분리는 축구를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팬들에게 개인상에 대한 혼란을 주기도 했다.
손흥민은 지난 23일 챔피언스리그에서 2골을 몰아치며 차범근 전 감독의 유럽무대 한국인 역대 최다골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손흥민은 세계 선수들의 선택을 받아 지난 9월 공격수 랭킹 14위에 오른 데 이어 발롱도르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에 앞서 후보에 오른 선배들은 투표인단의 마음을 훔치는 데 실패했다. 나날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손흥민이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도 얼마나 표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