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금융의 큰 그림을 그리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했다. 하나은행은 진작에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SK텔레콤과 손잡고 2017년 출시한 AI 기반 자산관리 앱 ‘핀크’가 이에 해당한다. 카드 거래내역을 기반으로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금융상품을 소개해 자산관리를 돕는 서비스로, 계좌 발급과 간편송금 등 간단한 금융거래와 금융상품 가입이 가능해 인터넷전문은행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흥행하지 못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핀크가 잘 안 되기도 했고, 디지털금융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에 무게를 두고 인터넷은행에 뛰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키움뱅크 컨소시움과 함께 첫 도전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실패한 후 하나은행은 기존 파트너 키움 대신 토스뱅크 컨소시엄으로 말을 갈아탔다. 첫 도전의 실패 이유가 ‘혁신성이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키움과 마찬가지로 올 초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 실패한 토스가 혁신성만큼은 인정받았기에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은 자본조달 문제만 해소하면 인허가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앞의 관계자는 “키움은 혁신성이 없었고 토스는 자금조달력에서 지적을 받았으니 돈 있는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엔 토스와 이해관계가 더 맞았을 것”이라고 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도 토스를 통해 하나은행 상품에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토스와 지속적으로 제휴해 왔다”며 “토스의 혁신성이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올 초에 이어 최근에도 토스뱅크 컨소시엄 2대 주주로 참여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 하나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에 대한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정감사에서 하나은행이 금감원 검사 직전 DLF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자료를 고의적으로 은닉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하나은행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법적으로 DLF를 이유로 제재할 근거는 없다.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2대 주주지만 지분이 10%를 초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올 1월부터 시행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ICT 기업에 한해 은행 지분 보유 한도가 34%까지 늘어나는 등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됐다. 다만 산업자본의 노출도가 높아지는 만큼 인터넷은행 보유 지분이 10%를 초과한 주주에 대해서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및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의 경미함 여부를 당국이 따져 인가하도록 돼 있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대한 보유 지분이 10%인 하나은행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분이 10%를 넘지 않는 주주는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자금 공급 능력 등을 심사할 순 있어도 DLF 논란과 관련해서는 심사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고 판단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이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미칠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심사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언제든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고, 하나은행 자체가 가진 시장 내 영향력도 상당하기에 당장 보유 지분이 적다는 이유로 인터넷은행에 미칠 영향력까지 가볍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대주주는 불법 전력을 보유할 경우 향후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칠 행위를 저지를 수 있기에 적격성 심사를 하는 것으로, 2대주주라고 해서 필요성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특히 하나은행은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충분히 자격을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도 “DLF 불완전 판매와 자료 삭제 의혹이 결론나지 않았다고 해서 심사 대상이 아니란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인허가 심사에 참여하는 만큼 하나은행을 둘러싼 최근 논란도 점수에 반영하는 등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의적인 자료 삭제 의혹에 대해 “실무자가 현황 파악을 위해 작성한 자료를 삭제한 것일 뿐 그 안에 고객 정보 등 예민한 내용은 없었다”며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니만큼 결과가 발표되는 데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터넷은행 참여에 대한 적절성 논란에 대해서는 “인터넷은행에 참여하는 것과 DLF 사태는 별개 문제로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