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9월 23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증거인멸·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삼성바이오·삼성에피스 관계자들에 대해 징역 1∼4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범행은 동원된 인력과 기간, 인멸된 자료 숫자에 비춰볼 때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증거 인멸 범행”이라며 “글로벌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임직원들이 범행을 저질러 우리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김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3년6월을, 이모 재경팀 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서모 상무에게 징역 3년을, 백모 상무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안모 대리에게 징역1년을, 삼성에피스는 양 상무에게 징역 3년을, 이 부장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총수로서 이 같은 뇌물 범행으로 큰 재판을 치르고 있음에도 그룹 수뇌부에서는 대규모 조직적 증거인멸 범행을 저질렀다”며 “삼성은 공정위, 금감원, 검찰 수사 등의 경우에 자료 제출과 증거 확보에 협조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중한 죄를 범했음에도 반성하는 태도가 부족하고 배경에 있는 거대 기업의 힘을 믿어 변명만 일삼았다”며 “거듭된 허위 진술로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각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이 적발된 뒤 소환 받는 직원에게 허위 진술을 하거나 총대를 메라는 식으로 강요했으며, 공장과 통신실, 회의실 바닥을 파서 외장하드와 컴퓨터를 숨기는 등 지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해왔다. 검찰은 “두 번 다시 삼성그룹이 이와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그룹 내 직위, 관여 정도와 대법원 양형기준을 고려해 구형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 일부는 지시에 그치지 않고 직접 증거인멸에 나서는 등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