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에서는 “(비교적 영장 발부율이 좋은) 송경호 부장판사가 심리를 맡은 게 다행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 수사에 대한 법원의 1차 평가적 성격을 가지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사실 가장 ‘짬짬이’로 운영되는 곳이다. 법정 안에는 영장전담판사와 수사팀 검사 2~3명, 피의자와 피의자 측 변호사 2~3명만 들어갈 수 있다. 결과 통보 역시 불친절하다. 발부 혹은 기각이라는 결과와 함께 60자 내외의 짧은 설명이 전부다. 설명 역시 대충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인다. 법원이 검찰을 사실상 지휘한다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 검찰이 가장 신경 써서 분석·대응하는 그 은밀한 세계를 들여다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진=최준필 기자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셈인 영장전담재판부
사회를 들었다 놨다하는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는 곳은 보통 서울중앙지검이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의 형사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법에는 영장전담재판부에 판사 4명이 배치돼 있다. 본래 1명으로 운영되다가 계속 늘어났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에는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충원됐다.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피의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다. 하지만 그보다 막강한 권한은 통신 기록이나 계좌 등 각종 영장에 대한 발부를 결정짓는다는 데 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의 경우 어느 정도 진행된 수사의 판단을 받는 중간 평가라면, 통신 기록이나 계좌 혹은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수사 시작에 해당하기 때문. 경찰이 검찰 수사 지휘를 받는다면, 검찰은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를 통한 ‘지휘’를 받는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언론에 전혀 보도가 나지 않는 내사 단계에서 특정 검찰 부서의 사건은 계좌 및 통신 영장이 잘 나오고 특정 부서의 사건은 발부가 안 되면 거기서부터 희비가 엇갈린다”며 “각 부서마다 통신이나 계좌 기록 및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을 따져가면서 성공률이 높은 부서의 특징이 뭔지, 의견서를 어떻게 썼기에 영장이 잘 나오는지 자체적으로 고민해서 영장 청구 때 참고할 정도”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법원은 사건을 어떻게 배당할까. 무작위 컴퓨터 배당 시스템이다. 검찰이 청구한 사건을 판사 1명에게 배당해서 전담케 하는 구조다. 자료 및 압수수색 영장부터, 구속영장까지 1명의 판사 이름으로 발부 여부가 결정되지만, 사실 특수수사처럼 진행되는 사건의 경우 4명의 판사가 회의를 하며 의견을 교감한다. 여러 차례 청구될 영장에 대해 ‘하나의 틀’ 안에서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함께 토의를 한다는 얘기다.
2010년대 초반 영장전담 재판부를 역임한 한 판사는 “특수부(현 반부패부)처럼 여러 달에 걸쳐 진행될 수사의 경우 처음 영장이 들어올 때부터 ‘어디까지 수사를 확대할지’ 가늠하고 의견을 모으곤 한다”며 “한 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것을 다른 판사가 발부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냐. 큰 사건의 경우 여러 명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귀띔했다.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비판은 ‘1명’의 판사에게 몰린다. 조국 전 장관 동생의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7기),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송경호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8기)가 포털사이트 주요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렸고 사진 등 신상이 함께 돌아다니며 좌우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법원의 고민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심지어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을 정도다.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 전 장관 수사 영장업무를 맡은 판사들에 대한 신상털이와 국회의 국감증인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당한 비판은 허용될 수 있으나 개별 재판 결과에 대하여 법관을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그 신상을 언급하고 국정감사의 증인이나 참고인 출석 요구를 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라며 분명히 선을 긋기도 했다.
#“왜 영장이 기각됐는지 추론할 뿐”
하지만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 입장은 다르다.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가 진전이 안 된다. 게다가 정경심 교수 때처럼 언론에 공개한 뒤 진행하는 피의자 구속영장 실질심사의 경우 기각될 경우 ‘강압수사’ ‘실패한 수사’ 등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를 겨눴던 한 검사는 “처음 수사를 할 때는 영장전담 판사가 적극적으로 압수수색 영장도 내주고 구속영장도 발부해서 수사가 잘 진행됐는데, 인사 후 학생운동 이력이 있는 판사가 오더니 갑자기 기각이 잦아져서 결국 수사를 실패했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수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꼼수도 횡행한다. 지방의 한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나 통신 계좌 영장, 혹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주말 당직판사가 있을 때를 노려 청구하기도 한다”며 “몇 차례 기각됐던 사안이면 그렇게라도 다른 판단을 받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했던 검찰 관계자 역시 “우리뿐 아니라 경찰도 비슷하다. 경찰도 주말 당직 검사 판단을 받아 ‘영장을 신청’하고 우리도 법원 주말 당직을 노려 영장을 청구한다”며 물고 물리는 관계를 설명했다.
주말 당직판사가 심리를 거부해 사건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2018년 12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반미 기습 시위를 벌여온 자칭 ‘청년레지스탕스’ 소속 20대 남녀 회원들에 대해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 주말 당직판사가 금요일 체포 피의자에 대한 검증영장 발부를 영장전담판사에게 미루는 바람에 체포 시한(48시간)을 넘겨 석방한 뒤 재추적해 영장을 재청구하기도 했다.
일요신문 DB
#“영장항고제 필요해” 검찰 목소리 ‘개진’
이런 점을 차치하더라도, 검찰의 가장 큰 불만은 60자 안팎에 불과한 영장 발부 및 기각 여부 설명이다.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설명이 전부이기 때문.
‘결과 : 발부. 범죄 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됨.’ 48자가 전부인 위 내용은 법원이 정경심 전 교수 영장을 발부할 때 밝힌 설명이다.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검찰이 반발하는 이유다.
특수부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검찰에 보내주는 영장 발부서나 기각 서류에도 언론에 나오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내용이 기재된다”며 “발부야 그렇다 쳐도, 기각이 됐을 때는 문장 하나하나를 놓고 ‘추론’을 할 수밖에 없고 다시 영장을 청구해도 같은 재판부로 간다”고 토로했다.
영장항고제(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상급법원이 영장 기각 여부에 대해서 다시 판단하는 것) 필요성이 검찰 내에서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는 구속적부심으로 불복할 수 있지만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검사는 아무런 불복 수단이 없다. 오직 영장 재청구만 가능할 뿐”이라며 “구속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전관예우, 무전유죄 유전무죄 시비, 로또사법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사법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장항고제가 도입되면, 검찰이 영장 기각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영장전담판사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지방의 한 간부급 검사 역시 “영장이 기각됐을 때 서울의 경우 다른 영장전담 판사에게 판단을 받아서 그나마 객관적일 수 있겠지만 지방의 경우 한 명에게 계속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해당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장항고제를 법원이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