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8월 12일부터 10월 29일까지 10회에 걸쳐 ‘죄수와 검사’ 시리즈를 보도했다. 구치소 수감 기간 동안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 수사를 도왔던 인물의 제보를 바탕으로 검찰 내부 문제를 지적했다.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사람이 바로 제보자 X다. MBC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기초로 10월 22일과 10월 29일 2주 연속으로 검사 범죄 시리즈를 2회 방영했다.
방송인 김어준. 사진=일요신문DB
제보자 X는 이 방송에서 “어떤 범행을 잡아서 처벌하는 목적보다 다른 목적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며 애초 수사 목적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였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이 아니고 인지수사 방식인데 인지수사는 보안이 생명이다. 보안한 다음에 완전히 죄가 확정돼서 구속시킬 때쯤 발표한다”며 “정경심 교수가 투자한 기업의 범죄 행위를 밝히다가 그게 흘러가서 정 교수에게까지 가야 하는 건데 이건 정 교수를 타깃으로 해서 거꾸로 시작됐다.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심각한 사건도 아니고 인지했다고 해도 당장 수사를 진행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며 검찰의 사건 착수를 평가하기까지 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국 교수 관련 수사는 인지수사가 아니다. 인지수사란 수사기관이 첩보 등을 거쳐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범죄의 혐의점을 포착해 수사에 나서는 방식을 뜻한다. 검찰이 조국 교수 관련 수사를 시작한 건 조 교수의 개인 비리 관련 고발장이 접수된 다음날인 8월 19일 이었다. 이 때는 이미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와 조국 교수가 자신의 전 재산 56억 원을 훌쩍 넘는 74억 원 투자 약정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난 지 일주일쯤 된 뒤였다.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제보를 넘어서 자신과 상관 없는 정치적 발언이 늘자 M&A 전문가라고 포장된 제보자 X에 대해 의구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제보자 X는 M&A 전문가라고 보기에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그의 전과 탓이었다.
제보자 X는 2014년 8월 14일 1심에서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구속됐던 A 씨(54)로 밝혀졌다. 제보자 X의 혐의에 대해 2015년 6월 11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초범이 아니었다. 재판 과정에서 제보자 X의 과거 전력이 추가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한 언론사의 주식을 실물로 가진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2013년 중순쯤 한 언론사 대표는 회사 이사진에게 언론사 주식 892만여 주를 담보로 해 50억 원쯤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사진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제보자 X에게 ‘박 보살’이란 사람한테 부탁하면 돈을 구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사진은 제보자 X를 거쳐 ‘박 보살’에게 손을 뻗었다.
제보자 X는 건네 받은 주식 892만여 주 가운데 절반인 431만 주를 담보로 ‘박 보살’에게 20억 원 정도 빌렸다. 20억 원을 이사진에게 주며 “어차피 추가로 돈 더 받아야 하니 남은 주식 461만 주는 내가 갖고 있겠다”고 말했다. 그런 뒤 주식 461만 주를 챙기고선 돌려주지 않았다. 자신이 과거 이 언론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못 받은 돈 대신 주식을 챙긴 셈이었다. 재판부는 언론사에게 받을 돈이 있더라도 제보자 X가 챙긴 주식과는 별개라며 징역 4년 형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제보자 X의 추가 전과가 드러났다. 재판부는 1심에서 제보자 X에 대해 “사기죄, 배임죄 등 재산 범죄로 세 차례 집행유예의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제보자 X는 1994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1998년 사기로 벌금 300만 원, 2005년 사기 등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2006년 사기 등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제보자 X의 범죄 전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보자 X는 2015년 8월 구속 상태에서 열린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8월을 추가로 선고 받았다. 한 달 뒤엔 또 다시 기소를 당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양도성예금증서 18억 원 상당에 대한 소유권도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채려 했던 제보자 X를 사기 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