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기사 모집 홍보 게시글. 사진=채용 홈페이지 캡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감소했지만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이륜차 교통사고는 지난해에 비해 약 12% 증가했고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이륜차 사용자는 약 25%였다. 이륜차가 가해자인 경우는 올해 10월에만 6437건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230명이 사망했다. 이륜차 교통사고의 주원인은 신호위반·과속과 난폭운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기사들이 도로 위 무법자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얼마나 많이 배달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까닭이다. 직접 고용대상자가 아닌 배달 기사 대부분은 주문대행업체에 간접 고용되거나 배달대행업체의 콜을 받는 프리랜서로 일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배달의 민족의 배민 라이더스고 후자는 부릉이나 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의 기사들이다. 근로 형태는 다양하지만 임금 산정 방식은 단순하다. ‘많이 배달하면 많이 받는다.’
배달 1건당 기사가 받는 수수료는 4000~1만 원. 소비자가 내는 2000~4000원의 배달료에 음식점에서 지불하는 수수료가 추가된 금액이다. 수수료는 배달 거리와 날씨 그리고 날짜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지역별로 추가 수수료가 붙기도 하며 주말과 공휴일 수당도 받을 수 있다. 주문대행업체 요기요는 0km 기준, 4000원부터 시작해 0.5km가 추가될 때마다 300~700원을 더 지급한다. 4.5km 거리에 있는 배달의 경우 배달 수수료는 7400원이다. 시속 80km 기준 3~4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쿠팡이츠의 경우 매일 배달 수수료가 달라지는데 강남 지역의 경우 1건당 최고 1만 원까지 지급되고 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꺼려진다는 사람이 많지만 배달 기사 입장에서는 궂은 날일수록 수수료를 더 받는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우천수당은 1건당 300~500원이다. 33℃ 이상의 더운 날씨나 영하 7℃ 이하의 추운 날씨에도 마찬가지다. 10월 28일 열린 한 업체의 배달 교육장에서 만난 복수의 배달 기사들은 “위험은 하지만 추가 수당이 붙으니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사들이 꽤 있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배달하신 분 누군가요?…업체도 모르는 배달원 이름
문제는 배달 기사에 대한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각 지역에 상주하고 있는 주문·배달대행업체 대리점에서 기사 등록만 마치면 누구나 배달을 할 수 있는 까닭이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를 통해 음식을 주문했어도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은 해당 업체와 무관한 기사인 경우가 많다. 한 업체는 배달원의 이름조차 모르고 배달을 맡기기도 했다. 난처하기는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업체에서 기사를 파견하는 까닭에 배달원 개개인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주문대행업체는 배달대행업체에, 배달대행업체는 대리점에, 대리점은 개인에게 배달을 넘기는 방식이다.
한편 허술한 관리를 틈 타 미자격 배달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범죄 전력을 가진 사람이 배달을 하거나 일부 기사들이 배달 음식을 몇 개 빼먹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험 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오토바이로 업무를 하거나 무면허자가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면허 등록증을 내라고는 하지만 따로 확인하는 창구는 없다. 면허가 정지되면 배달 기사가 먼저 말해줘야 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양심에 맡길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년 차 배달 기사 박종범 씨(26)는 “배달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점을 받는데 굳이 회사에 말하지 않는다.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다. 배달 대행 기사의 경우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까닭에 적절한 보상을 받기도 힘들다. 실제로 10월 25일 무등록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던 19세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4월 제주에서도 면허가 없는 18세 청소년이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바 있다.
한편 규제 사각지대에 빠진 업계에서는 다양한 ‘꼼수 배달’이 등장하고 있다.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는 일명 ‘묶어가기’가 대세다. 인근 가게의 주문을 모아 받고 한꺼번에 배달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오토바이 운전 한 번에 몇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가게도 알고 있다. 인천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처음 음식 주문이 들어올 때부터 예상 배달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음식이 늦는다’는 불만 전화를 미연에 방지하곤 한다”고 말했다. 주문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음식이 오지 않는다면 ‘묶어가기’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휴대폰 2대를 이용해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콜을 받는 방법도 이미 흔한 일이다. 최근에는 타인의 이름을 빌려 배달을 하는 이른바 유령 배달원까지 나타났다. 문제는 유령 배달원의 대다수가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일부 배달 기사들이 콜 수가 많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미성년자를 고용해 배달 일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미성년자에게 배달 수수료 일부를 나눠주고 대신 배달을 가게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배달원 A 씨는 “현행법상 만 16세 이상이면 원동기 면허 취득이 가능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리면 안 받아주는 업체가 많다. 이런 친구들이 알바를 하겠다고 오는 일이 많다. 주문량이 많거나,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알바생을 고용해 대신 배달을 보내기도 한다. 건당 2000원을 주기도 하고 일당을 쳐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최근 배달계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논란의 원인에 배달 기사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도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일반인이 배달업에 뛰어들면서 우리 같은 전업 배달 기사가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배달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해주고 정당한 법적 지위도 보장한다면 유령 배달원 같은 부작용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