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네덜란드 대표팀 주축 수비스 마티아스 더리흐트는 2018-2019 시즌 아약스의 챔스 4강 진출 주역이다. 사진=아약스 페이스북 캡처
#유로·월드컵 예선 탈락했던 네덜란드의 부활
오렌지 군단은 예선 조 1위를 달리며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본선 진출이 유력하다. 같은 조에 속해 있는 전통 강호 독일에 앞서 있다. 지난 6월 마무리된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선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네덜란드의 전성기가 시작될 조짐이다.
네덜란드는 UEFA 유로 2016과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최근 열린 두 메이저 대회 본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루이 반 할 감독의 지도 아래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지만 그 직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스 히딩크-다니 블린트-딕 아드보카트로 이어지는 감독 체제에서 연거푸 UEFA 유로 2016, 2018 러시아 월드컵이라는 메이저대회 본선에 나서지 못하는 암흑기를 맞았다.
#아약스와 함께한 운명
최근 열린 월드컵과 유로의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반등 배경에는 네덜란드 프로축구리그 에레디비시의 명문구단 아약스의 부활이 있다. 아약스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다. 아약스를 떼어 놓고 네덜란드 대표팀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둘은 네덜란드가 세계 축구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시기부터 부침을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대 이전까지 네덜란드 축구는 세계무대는 물론 유럽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는 존재였다. 네덜란드는 1934년과 1938년 월드컵 본선 1라운드에서 빠르게 짐을 싸야 하는 신세였다. 이후 6번의 월드컵에서는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아약스의 약진이 시작됐다. 리누스 미헬스 감독으로부터 ‘토털 풋볼’이라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신개념이 도입됐고 천재 축구선수 요한 크루이프가 이에 방점을 찍으며 유럽 무대에 아약스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외국인 선수의 등용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아약스의 주요 선수들이 그대로 네덜란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네덜란드는 1974 서독 월드컵,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2회 연속 준우승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1990년대 네덜란드는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데니스 베르캄프, 마크 오베르마스, 에드가 다비즈 등을 앞세워 또 다시 전성기를 이뤘다. 이 시기 역시 1994-1995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아약스 선수들이 대표팀의 중심 멤버가 됐다.
최근 네덜란드 대표팀의 부활에도 아약스가 있다. 지난 10월 14일 열린 벨로루시와 유로 예선전 선발 명단을 보면 11명 중 4명(달레이 블린트, 조엘 벨트만, 도니 반 더 비크, 퀸시 프로메스)이 현재 아약스 소속 선수들이다. 마티아스 더리흐트와 프랭키 더 용은 바로 직전 시즌 아약스 소속으로 챔스 4강 돌풍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야스퍼 실러선 골키퍼도 2017년까지 아약스에 몸담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당시 스페인 스쿼드에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가득했다. 사진=피파월드컵 페이스북 캡처
#바르샤-레알과 함께 전성기 보낸 무적함대
그 나라를 상징하는 프로팀과 대표팀의 성적이 동반 상승, 하락하는 모습은 네덜란드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세계 축구를 호령한 팀들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연속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연패를 달성한 ‘무적함대’ 스페인은 프리메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전성기와 운명을 함께 했다. 스페인 대표팀이 국제대회마다 찬란한 결과를 이뤄내던 시기, 바르셀로나는 강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유럽을 호령했다. 2008-2009 시즌에는 리그, 챔스, 국내 컵대회 등 6관왕에 오르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로서도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독주를 두고 볼 수 없었다. 2010-2011 시즌에는 리그 38경기에서 102득점 33실점을 하고도 준우승에 그쳤지만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를 누르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에 당시 스페인 대표팀 선발 베스트 11은 대부분 두 팀 선수들로 채워졌다.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요아힘 뢰브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의 전술을 상당 부분 가져다 쓰기도 했다. 사진=피파월드컵 페이스북 캡처
#뮌헨 전술 독일 대표팀에 이식시킨 뢰브
‘전차군단’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을 제외하면 2010년대 열린 메이저대회에서 빠짐없이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으로 성공에 방점을 찍었다.
독일의 성공 배경에도 바이에른 뮌헨이 있었다. 뮌헨은 분데스리가의 절대 강자이자 유럽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성공적인 역사를 이어오는 구단 중 하나다. 2011-2012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소 흔들리던 팀을 단숨에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부임 첫 시즌 챔스 준우승을 팀에 안기더니 1년 뒤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인케스의 성공 이후 지휘봉을 잡은 인물은 펩 과르디올라다. 그는 유럽 대회 우승컵은 따내지 못했지만 팀을 더욱 강력하게 다지며 분데스리가를 연이어 석권해냈다. 이 시기 연거푸 유로, 월드컵 등 4강에서 쓴 맛을 보던 독일 대표팀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적극적으로 과르디올라의 전술을 대표팀에 적용시켰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그대로 뮌헨에서도 활약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월드컵 우승 당시에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수비수 제롬 보아탱과 필립 람, 미드필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공격수 토마스 밀러, 결승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기록한 마리오 괴체가 모두 뮌헨 소속이었다.
아약스는 2018-2019 시즌 챔스 4강에 진출하며 부활을 알린 바 있다. 맹활약의 반작용으로 더리흐트, 데 용 등을 유럽의 강호(유벤투스, 바르셀로나)들에 내줬다. 주축 선수의 이탈로 우려를 샀지만 아약스는 이번 시즌에도 리그 1위를 지키고 챔스에서도 순항하며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을 비웃고 있다. 자국 리그 팀의 성장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오렌지 군단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축구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