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돼 ‘임대문의’가 붙은 한 써브웨이 매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민웅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써브웨이가 경기도 안양 평촌의 한 지점 점주 A 씨에게 폐점을 강요한 행위가 일방적 폐점을 금지한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A 씨가 처음 공정위에 문제를 제기한 지 1년여 만이다.
점주 A 씨는 평촌에서 5년째 써브웨이 매장을 운영했다. 점포 매출은 꾸준히 늘었고, 운영도 잘해 몇 년 전 미국 본사로부터 ‘고객평가 우수점포’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7년 10월 갑자기 미국 본사로부터 폐점 절차를 진행한다고 통보받았다. 매장 운영 정기점검에서 위반사항이 지적돼 벌점이 초과됐다는 이유였다. 지적 내용은 냉장고 뒤 먼지 등 위생 상태와 본사 지정 상품이 아닌 국내 세제 사용, 소스통 라벨 탈착 등이었다.
이에 A 씨가 항의하자, 써브웨이 본사는 가맹계약서 조항을 앞세워 “이의가 있으면 미국에 위치한 미국 조정협회 산하 국제분쟁해결센터에서 직접 영어로 대응해 소명하라”고 통보했다.
A 씨는 “국내서 장사하는데 미국 법원에 가서, 미국 변호사를 선임해 소명해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며 “중재를 진행하면 1만 달러 이하인 법률비용까지 물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러한 써브웨이의 ‘갑질’에 피해를 본 점주는 A 씨뿐만 아니라 여럿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점주들은 써브웨이의 이러한 대응이 국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써브웨이 측은 가맹계약서상에 네덜란드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어 외국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 계약으로 국내의 약관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결국 A 씨는 공정위와 그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써브웨이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 써브웨이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공정위가 ‘약관법을 적용해 국내 가맹점주를 보호해 줄 방법이 없다’고 유권해석한 것.
그럼에도 써브웨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급기야 김상조 당시 공정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섰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 국감에서 써브웨이 ‘갑질’ 지적이 나오자 김상조 위원장은 “국제사법의 예외규정으로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다. 가맹사업법은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많기 때문에 공정위가 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내법 적용이 가능하다. 국내 가맹사업법을 근거로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했다”며 “조사 진행 중이며 가능한 빨리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제사법 제16조에 따르면 “법인 또는 단체는 그 설립의 준거법에 의한다. 다만 외국에서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가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가 있거나 주된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에 의한다”고 돼있다. 또 가맹사업법 제14조는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가맹점사업자에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의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해야 한다”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가맹계약 해지는 그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A 씨는 지난 5월, 가맹사업법을 적용해 달라며 공정위에 다시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김상조 위원장의 다짐에도 공정위는 당시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A 씨의 경우 지난 6월 말 뉴욕의 국제중재센터에서 분쟁중재 절차에 돌입, 지난 8월 폐점이 합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제중재센터가 써브웨이 본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A 씨는 3개월 안에 점포 폐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공정위에서는 지난 9월 조성욱 신임 위원장이 취임했다. 이어 공정위는 미국 분쟁해결센터의 절차를 거친 폐점이라고 해도 합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폐점을 추진하는 것은 써브웨이에 국내 가맹사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성욱 신임 위원장은 지난 10월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감에서 “써브웨이코리아 조사에 있어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엄중 제재할 것”이라며 “공정위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기업이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론이 나오기까지 기간이 오래 걸렸다는 지적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 기업과 가맹사업법 관련 쟁점을 다룬 것은 국내 최초다. 선례가 없는 사건이라 내부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며 “그럼에도 다른 사건들과 비슷한 속도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A 씨 외에도 써브웨이의 부당함에 항의하며 공정위에 제소가 들어간 사건은 3건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성욱 공정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소위원회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을까. 공정위 관계자는 “소위원회에서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재는 확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보통은 뒤집히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또한 써브웨이 측이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위원회 결과가 나오면 써브웨이 측에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또는 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써브웨이 측은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써브웨이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전달 받아 소명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A 씨의 써브웨이 점포는 뉴욕 국제중재센터의 폐점 결론에도 현재 운영 중에 있다. 써브웨이는 미국의 중재 판정문을 가지고 한국의 법원으로 가 집행 승인을 받으면 폐점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써브웨이 측은 현재 A 씨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한국과 미국 간에 중재 관련 협약을 맺고 있어, 국내 법원은 기업이 집행요청을 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승인해줬다”며 “그런데 협약에는 단서가 있다. 권한 있는 기관에서 집행 요청 내용이 국가의 공공질서에 반한다는 것을 확인해주면 법원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맹사업법에 있어서 공정위가 권한 있는 기관이다. 공정위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