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흐름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은 검찰도 강수를 뒀다. 검찰은 조국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고형곤 부장검사)에 증거인멸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유 이사장 사건을 배당한 것. 일반적으로 명예훼손 혐의는 형사부에서 해도 무방하지만, 특수 사건을 맡는 반부패2부에 배당한 것은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게 중론이다.
#추론 담아 얘기한 유시민 이사장
“공식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8월 중순 윤석열 총장이 조 전 장관을 내사한 정황이 있다”(10월 22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알릴레오 방송 화면 캡처
유시민 이사장은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미리 내사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짓말 한 게 있다고 본다”고 검찰 수사를 의심했다. “처음부터 내사 자료를 갖고 있었고 내사 자료에 의거해 예단을 형성했고, 확고한 예단을 형성했기 때문에 대대적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 이하 대검찰청은 강력 반발했다. 다음날인 10월 23일 입장을 내고 “유시민 작가는 검찰에서 10월 2일 언론 발표와 국정감사 증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이) 허위 사실임을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어떤 근거로 이런 허위 주장을 계속하는지 명확히 밝혀줄 것을 요청한다”고 얘기했다.
10월 29일 해명하겠다고 시간을 확보한 유시민 이사장. 그리고 29일 오후 방송에서 “청와대 외부에 있는 익명의 취재원에게 들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조국을 법무부 장관 임명하면 안 된다. 내가 봤는데, 몇 가지는 아주 심각하다. 법대로 하면 사법처리감이다. 내가 사모펀드 쪽을 좀 아는데, 이거 완전 나쁜 놈이다’라고 얘기했으며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임명 안 되게 해야 한다. 그냥 가면 장관 돼도 날아갈 사안이다. 내가 대통령 직접 뵙고 보고 드리고 싶다. 이건 대통령을 향한 내 충정이다’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법조계는 유시민 이사장의 추가 설명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유시민 이사장이 주장하는 내사설이 무슨 공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인사권자에게 저런 충언을 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으며, 검찰은 수사하기 전 내사를 통해 움직이고 대검이 문제 삼은 것은 ‘8월 초부터 내사해 예단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근거를 대라는 것 아니었느냐”며 “내사를 통해 혐의가 있으면 전격 수사를 하는 게 검찰 내 상식이고, 그 외에 모든 윤석열 총장 관련 비판들에 대해 본인의 추론과 추측이라고 한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유시민 이사장의 얘기는 법조인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런 유시민 겨냥해 수사팀 배당한 검찰
유시민 이사장의 추가 주장에 대해 대검찰청은 “유 이사장이 그동안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근거 없는 추측성 주장을 반복했다”며 반박했다. “정당한 공무수행을 비방하는 데 유감을 표한다”고 불편한 속내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시민 이사장 사건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10월 6일 자유한국당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유시민 이사장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증거인멸과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는데, 이를 조국 전 장관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에 배당했다. 유 이사장은 정경심 교수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건 증거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던 것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당했는데 이 역시 반부패2부에 귀속됐다. 검찰 측은 “사건이 접수되자 연관성을 고려해 반부패2부에 배당했다”고 설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특수부에 배당한다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갈 물리기’라는 추론이다.
이를 알고 있는 유 이사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 그는 “고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제 발로는 출석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는데, 검찰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으로부터 통화기록 등을 제출받는 등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검찰 출신의 법조인은 “유 이사장과 검찰의 기싸움이 상당한데, 윤석열 총장은 자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을 절대 곱게 놔두지 않는 사람”이라며 “유시민 이사장이 검찰 수사를 흔든 목적과 배경이 ‘악의적’이라고 판단해 사건 배당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등 아직 아무런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배당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법조인 역시 “유시민 이사장이 자기네 정치 진영이 버틸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하기 위해 싸움닭을 자처한 듯하다”면서도 “증거인멸과 허위사실 유포 모두 사건 흐름만 보면 유 이사장이 불리하지만, 이번 사건은 사실 특수부가 하기에는 너무 정치적인 말싸움 수준이다. 특수부 배당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