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들 눈앞에서 바로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당신들이 공기 중에 배출해놓은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미래세대에 떠넘기고 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기후 변화는 21세기 지구촌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의 ‘위기’, 인간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올봄 툰베리는 유럽의회에 초청돼 연설을 했다.
“대기는 더욱더 오염되고, 아름다운 숲들은 사라지고, 야생동물도 사라져 가고, 바다는 산성화돼 가는데, 부자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대량 멸종의 시대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매일매일 200여 종이 사라져 가는 이 멸종의 속도는 정상적인 속도에 비해 1만 배나 빠릅니다.”
멸종의 속도가 1만 배나 빨라졌다니? 상상할 수 없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마구 쓰면서 지구의 온도가 평균 1.2도 올라간 것이 이렇게 큰 재앙의 서곡이란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최근 5년간은 지구가 생긴 이래 가장 더웠단다.
지난여름 파리에 있었던 한 친구는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사우나를 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도 경험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고 가장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의 긴긴 폭염을. 지구가 찜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기분이었다. 한반도, 우리의 온난화는 지구 온난화의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단다.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진 가을 태풍도 지구 온난화의 증거 혹은 결과인지도 모른다.
툰베리가 살고 있는 스웨덴의 여름은 보통 20℃ 안팎이란다. 그런데 거기에도 260년 만의 폭염으로 34℃가 넘는 날들이 이어져 여기저기서 산불이 발생했다고 한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거대한 멸종 위기가 시작되는데 당신들은 여전히 돈과 경제성장이라는 헛된 동화만 말하고 있다.” 툰베리의 질책이다.
지난 9월 툰베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툰베리는 태양광 발전 패널과 수중 터빈이 설치된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도착했다. 2주가 걸렸지만 툰베리다웠다. 거기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쳤을 때 툰베리가 트럼프를 쏘아보던 장면은 꽤 강렬하게 남는다.
그 소녀의 경고가 아플 리 없는 트럼프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다리는 행복한 소녀로 보였다”며 툰베리의 경고를 낭만주의의 신화로 폄하했다. 비도 안 오는데 방주를 준비하는, 할 일 없고 팔자 좋은 소녀로 깎아내리며 자기를 쏘아본 데 대한 복수를 감행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뭐든 돈과 권력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눈에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런 트럼프의 태도가 우리의 현실이고 삶의 태도는 아닌지, 하는 것이다. 툰베리가 말한다. 우리 모두가 공포감(Panic)을 가져야 한다고. 공포는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 집에 불이 났고, 그 불을 꺼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공포감이 행동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툰베리가 말한다. “기후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정신 차리고 변화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생각 없이 쓰는 에너지를 줄이고, 생각 없이 쓰레기를 만드는 생활양식을 되돌아봐야 한다.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숲을 구하고, 바다를 구하고, 공기를 구하는 일이야말로 사람을 구하는 일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구하는 일이다. 우리가 돈만 먹고는 살 수 없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