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허 행장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꾸준한 실적 성장 등 탄탄한 경영성과 달성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리더십 겸비 △그룹의 4대 중장기 경영전략의 일관성 있는 추진으로 금융혁신을 주도할 리딩뱅크 입지 강화 필요성 등을 꼽았다.
지난 10월 24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현 KB국민은행장(사진)을 재선정했다. 사진=KB국민은행
그러나 허 행장 취임 후 KB국민은행의 실적이 상승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줄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허 행장이 취임한 2017년 2조 1747억 원에서 2018년 2조 2592억 원으로 늘었다. 이전까지 KB국민은행의 연간 순이익이 1조 원 전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성과다.
금융권에서는 허 행장과 노조의 관계도 비교적 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KB국민은행 노사가 ‘인사제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허 행장도 노조와 관계에 나름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24일 허 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로 선정될 때는 담화문을 통해 “허 행장은 입으로는 직원 중심의 경영을 하겠다면서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들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며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게 된 것이 일면 다행이지만 직원들이 축하의 박수를 쳐 줄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담화문을 발표했을 뿐, 대대적인 움직임에 나선 건 아니다”라며 “노조의 입장을 발표한 것이기에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은행장을 거쳤다. 따라서 향후 허 행장의 KB금융 회장 취임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사진=이종현 기자
허 행장의 후보 선정에는 윤 회장의 의중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 회장은 이번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허 행장에 대한 윤 회장의 신임이 깊다는 건 이미 금융권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윤 회장과 허 행장이 협업해 KB금융 전체에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KB국민은행장을 맡고 있었을 당시 허 행장이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을 맡았기에 두 사람의 경영 방식이 비슷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앞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은 은행의 가장 핵심인 부분이기에 윤 회장이 행장을 하던 시절과 지금의 경영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봐도 된다”고 전했다.
허 행장은 최근 파트너십 그룹(PG) 2.0 체계 개선안을 주도하는 등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도 보이고 있다. 허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후 KB국민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미래에는 더 큰 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을 살펴보면 은행장 출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인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모두 은행장을 거쳤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