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에서 예상을 깨는 인사가 진행되자, 같은 그룹 내 백화점부문 인사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2016년 12월 15일 대구 신세계 개점식에 참석하며 공식석상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가운데)이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세계 백화점부문 임원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도 예상이 갈린다. 이마트부문처럼 파격인사가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반면, 백화점부문은 인사시기를 앞당기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만큼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신세계 백화점부문은 최근 실적이 나쁘지 않다. 문책성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온 이마트부문 인사와는 다를 것이라는 평가다.
이마트의 대대적 물갈이가 백화점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 시각은 이번 인사가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단행한 첫 번째 인사로 꼽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신세계그룹 임원인사에 이명희 회장의 의사가 강력하게 반영됐으나, 이번 이마트의 파격 인사는 정 부회장이 결정하고 이 회장이 승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처럼 정유경 총괄사장이 백화점부문 인사를 직접 단행할 경우 인적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이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원래 신세계그룹 인사는 말이 도는 것 없이 조용하게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이마트 인사 직전 주말에 언론보도를 통해 몇몇 인물이 후보로 나오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달랐다”며 “이마트 인사가 인적쇄신이나 변화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백화점부문 또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신세계 백화점부문 인물은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이다. 2013년부터 7년째 대표를 맡고 있는 장 사장은 퇴임이 결정된 이갑수 이마트 사장보다 긴 시간 동안 신세계백화점을 이끌어 왔다. 장수 CEO(최고경영자)라는 점에서 인적쇄신을 위해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지만, 호실적에 따라 교체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더욱이 장 사장은 올해 초 재선임돼 오는 2022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백화점부문의 인사가 이마트부문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는 분리경영, 실적호조 등의 근거가 있다. 신세계는 남매의 분리경영이 이미 확고해진 지 오래다. 2016년 4월 남매 간 지분 맞교환 이후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각자 이마트와 백화점부문을 맡아 경영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확실한 ‘지분 교통정리’까지 했다. 2018년 4월 정재은 명예회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0만 주를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정 명예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 중이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패션부문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을 정 총괄사장에 몰아준 셈이다.
두 남매가 각자 경영에 나서면서, 두 부문의 희비교차가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신사업 발굴에 집중했으나 H&B브랜드 ‘부츠’와 잡화점 ‘삐에로쑈핑’, 호텔브랜드 ‘레스케이프’ 등 야심차게 내놓은 사업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반면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5조 1819억 원)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인다. 특히 화장품 사업에서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편집숍 ‘시코르’는 목표 성과를 넘어섰고,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또한 고속 성장했다.
신세계는 2018년 7월 화장품 유통사업인 시코르를 제외한 화장품 브랜드 사업을 신세계인터내셔날로 넘기는 통합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로 분산돼 있던 화장품 사업의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유통을 담당하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게 된 셈이다. 기존에 패션사업을 담당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분기 새로운 먹거리인 화장품사업을 통해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면세점 사업도 순항 중이다.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영업이익 363억 원을 기록해 전년(145억 원) 대비 250% 증가세를 보였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 신라에 비해 후발주자로 출발했으나 급성장하며 ‘빅3’ 구도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 출발했던 후발주자 한화그룹과 두산그룹은 최근 면세점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면세점사업을 접었고, 두산그룹은 지난 10월 29일 철수를 결정했다.
백화점부문 전반에서 양호한 흐름이 보이는 만큼,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는 이마트와 같은 대대적 물갈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마트 인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해 모두가 놀랐다. 더구나 신세계백화점은 인사가 발표되던 21일 휴무일이었던 만큼 뒤늦게 소식이 전달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신세계 백화점부문 임원인사에 대해서는 “이마트 인사는 앞당겨져 따로 났지만, 백화점부문은 매년 해오던 대로 인사를 진행키로 했다. 백화점부문 인사작업은 아직 초기단계”라며 “예측하기 어렵지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신세계인터내셔날 이길한 대표의 경우 밀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 거취가 불분명하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명품시계 밀수사건으로 관세법 위반 기소 의견을 받아 검찰에 송치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초 차정호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를 투입해 차정호·이길한 각자 대표체제로 변경한 바 있다. 그 결과 차 대표가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부문을, 이 대표는 코스메틱부문을 맡게 됐다. 코스메틱부문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기준 240억 원을 기록, 신세계인터내셔날 영업이익(291억 원) 가운데 82%를 차지하는 등 비중이 큰 상황이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이마트발 인사 후폭풍 ‘라이벌’ 롯데 행보는? 이마트 인사 폭풍으로 유통업계 전반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 측이 “성과와 능력주의의 인사원칙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한 만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어 ‘생존’ 차원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그 메시지를 임원인사를 통해 내놓는 것 같다”며 “이마트의 경우 대기업 가운데 맨 처음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오던 이미지였던 만큼 이번 인사 또한 업계 전반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마트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인 지난해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작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여와 이번 인사에 대해서도 다른 업계가 관심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세계그룹과 라이벌로 꼽히는 롯데그룹의 연말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은 최근 신동빈 회장의 오너공백 리스크를 털어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17일 신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확정했고, 신 회장은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너공백 리스크를 해소한 롯데가 ‘뉴롯데’를 위한 인적쇄신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각 사의 사정이 다른 만큼 롯데를 비롯한 유통업계가 이마트 인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소비트렌드 변화 등으로 대형마트가 불리한 환경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마트의 비중이 매우 큰 만큼 변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반면 롯데그룹은 비교적 포트폴리오가 다각화 되어 있고, 마트의 비중도 크지 않아 이마트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