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헌정유린 타도 및 위선자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익명으로 국회 내 불만 등을 이야기하는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서 최근 한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한국당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용자는 “국감 때문에 피곤하다. 이번주도 광화문 동원령 현장에 나왔는지 확인한다”며 “이제 주말에 좀 쉬나 했더니 또 전원 참석 명령이 떨어졌다. 오만 정이 떨어진다”는 글을 올렸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당 당직자들, 의원실 관계자들은 집회 참석에 대해 공공연히 불만을 터트렸다. 겉으로 내색하긴 힘들었지만 사실상 강제적인 참석 분위기 때문이었다. 한 당직자도 “정말 힘들다.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 참석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매주 이렇게 밖에서 일을 보다 보니 정작 국회에서 할 일을 못 했다. 야근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기류에 대한 반론도 있긴 하다. 한국당 한 의원은 “(장외집회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한 관계자는 “집회에 나가면 전부 한국당 골수팬들만 모이고 응원도 하고 구호도 외쳐주니 거기서 ‘힘 받는다’는 의원들도 있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수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직원들은 너무나 힘들다”고 호소했다.
장외투쟁은 자금 사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당은 여의도 당사를 반납하고 영등포로 이사갈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7월에는 소속 의원들에게 투쟁기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걷을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렵다. 장외투쟁을 하려면 무대 구성이나 차량, 현수막, 피켓 등 많은 비용이 든다.
한 전직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가 원외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원외이기 때문에 원내 투쟁은 여의치 않다. 또 국회 내에서는 원내 대표에 비해 빛을 볼 수가 없다”면서 “결국 제대로 리더십을 보일 수 있는 곳이 장외투쟁밖에 없는 데다 조국 논란 당시 재미까지 봤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10월 27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장외집회로 인한 반짝 지지율 상승에 재미를 붙였는지 검찰개혁과 민생현안은 내팽긴 채 국회에서 민생을 돌봐야 하는 국회의원들까지 동원해 대권놀음에 취해 있다”며 황 대표를 비판했다.
물론 장외집회에도 긍정적은 측면은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당 핵심 지지층을 잡아둘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외투쟁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가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