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인터뷰의 방법을 실은 책이 출간됐다. 사회과학연구 방법론의 최신 동향과 방법 ‘질적 인터뷰 방법’
지금까지의 사회과학 연구는 실증주의와 과학적 연구방법이 주류 패러다임이었다. 이 책은 인간의 삶과 속성이 자연현상과 다르고, 태도 또는 믿음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의구심에서 출발한 것이 질적 연구다.
질적 인터뷰가 일반 인터뷰와 다른 점은 연구자가 끊임없는 성찰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유연하게 연구 참여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질문의 순서, 내용과 방향을 상황에 따라 개방적으로 진행한다. 이처럼 비정형화된 절차, 주관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장 작업을 시작하는 연구자들 대부분이 질적 인터뷰를 어려워한다.
저자는 질적 인터뷰를 진행하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질적 인터뷰 전반에 필요한 지식을 10개의 장으로 핵심을 정리했다.
질적 인터뷰의 인식론적 토대와 목적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인터뷰를 준비하고 현장에서 연구 참여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연구를 마무리하는 과정 전반에 필요한 지식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특히 인터뷰 사전 준비, 질문 기법, 진행 방식, 자료정리 등에 대한 실용적 지침이 설명 안에 녹아 있다. 연구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인터뷰 윤리도 함께 다뤘다.
저자는 고유의 의사 표현 패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집단의 사회화 과정에서 고유의 언어를 익히고 사용하는 일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는 인터뷰 중 참여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하며 그렇게 말해 줄 것을 직접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팬들은 ‘바친다’라든가 ‘조공’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팬과 스타와의 관계를 설정하기도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조공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팬덤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사용된다. 연구 참여자가 연구자에게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해 보면 거기서부터 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우선 연구자는 진정성을 갖고 연구 참여자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그러한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 줘야 한다.
연구 참여자들은 일단 인터뷰를 허락한 것만으로도 첫 번째 단계에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을 표현한 셈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첫 자리에서 연구자는 우선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이 하려는 연구가 무엇이며 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하는지, 그러한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의 협조와 역할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구 참여자 스스로가 자신들의 참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들의 기여가 당면한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