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복역한 윤모씨 진술서. 윤씨는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복역하고 출소했으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춘재 씨가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해 경찰수사에 대한 논란이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윤씨는 4일 오전 경기남부지방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출석한 자리에서 “당시 경찰은 신뢰하지 않지만, 지금 경찰은 100% 신뢰한다”며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나를 조사한 수사관들도 최면 조사를 받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씨는 이날 최면을 통해 잠재의식 상태의 기억을 끌어내는 수사 기법인 법최면 조사를 받았다.
자리에 함께한 윤씨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도 “당시 경찰들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도 최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윤씨의 무죄 주장과 관련해서는 “윤씨가 최면 조사에 응하는 이유는 ‘억울하니까’다. 무죄를 100% 확신한다”며 “의혹이 있으면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조만간 경찰에 경찰이 작성한 윤씨 대필자술서와 현장검증 조서 등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할 계획이다.
경찰은 윤씨를 상대로 1~3차 참고인 조사에서 윤씨가 과거 화성 8차 사건 당시 허위 자백을 했는지,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56)로부터 화성 8차 사건 범행을 저지른 집이 피해자가 이사 오기 전 고등학교 때 친구가 살았던 곳이라는 진술도 확보했다.
윤 씨는 지난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 있는 박모(당시 13세)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989년 10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지난 10월 초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화성사건 10건과 다른 4건 등 모두 14건의 살인을 자백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박 변호사 등을 선임해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