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빅맨 박건호는 4라운드 9순위로 가장 마지막에 이름이 불린 2019년 KBL 신인 선수가 됐다. 사진=KBL
기쁨의 눈물도 이어졌다. 지명된 선수들이 단상에 오를 때마다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이날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이는 ‘프로행 막차’에 올라탄 4라운드 9순위 박건호의 어머니 이영숙 씨였다. 다른 학부모들에게 ‘가장 임팩트 있게 울었다’는 인사를 들을 정도였다. 모든 드래프트 행사가 마무리된 후 박건호와 아버지 박종서 씨, 어머니 이영숙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공식 행사 이후 박건호가 프로필 촬영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씨는 여전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듯했다. 충혈된 눈과 함께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건호가 그동안 마음고생을 참 많이 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몇 번이나 그만두려 했다. 2년 전에는 건호 아빠가 건강 문제로 쓰러지기도 했다. 다행히 회복이 됐고 아들도 대학 잘 마치고 프로선수가 됐다. 둘 다 ‘인간승리’했다. 아주 기쁜 날이다.”
곁에 서 있던 아버지 박 씨도 기쁜 감정을 숨기지는 못하는 듯했다. 연신 걸려오는 축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아들에 대한 바람으로 “앞으로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는 프로에 살아남아 오랫동안 활약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건호가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최근에 검사를 했는데 아직 성장판이 조금 열려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최근 측정에서 2미터가 안 나와서 아쉬워 했는데(드래프트 컴바인 결과 198.8cm), 앞으로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프로필 촬영을 마치고 뒤늦게 부모님 곁에 선 박건호는 “우선 농구를 계속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사실 지명되지 않으면 여기서 멈추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학에선 (박)정현이나 (김)경원이, (이)윤수, (박)찬호 같은 친구들처럼 이름을 떨치지는 못했는데 더 파이팅 있게 해서 프로에선 더 나은 선수 되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박종서 씨는 “건호 누나도 농구를 했었는데 대학을 다니던 중 그만뒀다. 건호가 누나의 못 이룬 꿈까지 이뤄줘 더 기쁘다”며 웃었다. 사진은 이영숙 씨, 박건호, 박종서 씨. 사진=김상래 기자
지명 순간, 박건호는 어머니 못지 않게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쑥스러운듯 웃으며 “많이 울컥했다. 1, 2학년 때 많이 뛰지 못해 힘들 때 몇 번 농구를 그만두려 했다. 계속 감독님께서 잡아주시고 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눈물에 대해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내가 힘들어할 때 아버지 건강 문제도 있었다. 어머니가 고생 많으셨다. 이제 내가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효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드래프트 현장에서 수많은 축하 인사를 받은 이후 기분 좋게 중앙대 학부모들과 저녁 식사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