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가 ‘JK비즈니스’다. ‘여자 고등학생’의 일본어 ‘조시코세(女子高生)’의 앞 글자를 딴 ‘JK’와 ‘비즈니스’를 합친 말로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산책 및 대화, 그리고 가벼운 마사지나 귀청소 등을 해주는 서비스다. 2006년 도쿄 아키하바라에 처음 이런 매장이 생긴 뒤 수년 전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문제는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점이다.
일본의 JK비즈니스는 해외 유명 언론에서도 앞다퉈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 보도했다. 사진=BBC 뉴스 화면 캡처
10년가량 JK비즈니스 업소들이 전성기를 누린 까닭은 법적 규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JK비즈니스 서비스 업소는 유흥업소나 식당으로 분류되지 않아 허가나 신고 없이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이런 허점을 파고 든 탓에 미성년자인 여자 고등학생을 고용할 수 있었다. 도쿄와 오사카에 밀집해 있던 JK비즈니스 매장들은 2016년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도쿄도 등 지자체에서 JK비즈니스 매장 업자에게 신고를 의무화 하는 규제안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후 JK비즈니스는 온라인 원조교제로 변모해갔다.
물론 한국에도 SNS를 통한 미성년자 성매매는 골치 아픈 사회 문제다. 그렇지만 JK비즈니스 서비스 업소처럼 여자 고등학생을 고용해 성인 남성 고객과의 산책이나 대화, 마사지나 귀청소를 제공하는 매장이 운영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성매매까지 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일본에선 왜 가능했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일본 사회 전반의 ‘여고생 판타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일본에는 교복을 입은 여자 고등학생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매우 많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대부분의 콘텐츠 생산 분야에서 자주 활용된다. 일본 AV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등장하는 성인 콘텐츠는 모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로 엄하게 단속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심지어 뉴스에도 등장한다.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본은 뉴스 일기예보를 통해 태풍 뉴스를 자주 다룬다. 그런데 일기예보에선 강풍으로 교복 치마가 날리거나 뒤집혀 속옷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방송사고로 보이지만 일본의 심야 시간대 뉴스 일기예보에서 이런 모습은 일상적인 화면이다.
문제는 현실까지 판타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사회가 JK비즈니스로 몸살을 앓고 있던 당시 또 하나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게 바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AV 출연 강요다.
2017년 5월 일본 정부는 음란 영상물 출연 강요 등으로 인한 여성의 성적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광역경찰에 전문가를 배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아이돌 스타로 데뷔시켜 준다며 계약을 맺고 포르노 등 AV 촬영을 강요하는 사례가 사회적인 문제다. 일본 내각부가 2016년 12월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모델 및 아이돌 데뷔 제안을 받고 계약을 맺은 15세에서 30세 사이의 여성 가운데 27%가 계약 외 AV 촬영을 요구받았다고 답했으며 제안을 받은 이들 가운데 32.1%가 결국 AV 촬영에 응했다. 이런 요구를 거절하기 못한 까닭에 대해 대부분이 위협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진=CNN 뉴스 화면 캡처
실제 일본 AV 가운데에는 ‘일반인 출연’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는 것들이 많다. 전문적인 AV 배우가 출연하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이는 일반적인 AV의 형식을 벗어난 신선한 시도라는 점을 강조하는 홍보 문구다.
대표적인 시리즈가 ‘매직미러호’다. 일반인 여성을 즉석에서 섭외해서 매직미러호에 태워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성행위를 촬영하는 방식의 연출이 많다. 이 외에도 일반인 남녀를 섭외해 난처한 요구를 하고 이를 해내면 상당한 금액을 주는 방식의 AV도 많다. 예를 들어 연인이 아닌 친구 관계인 남녀를 즉석으로 섭외해 큰돈으로 유혹, 결국 성관계를 갖게 만들고 이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일반인 출연자 가운데에는 출연 강요를 받고 위협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AV에 출연한 여성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 여성 가운데에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교복을 입고 여자 고등학생 역할로 출연한 너무 어려 보이는 배우가 실제로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AV에 출연한 미성년자일 수 있다. 일본 사회 전반의 ‘여고생 판타지’가 미성년자에게 AV 출연까지 강요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 AV는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처럼 피해자가 있는 성인 콘텐츠로 분류할 수도 있다. 불법적으로 국내 웹하드 사이트 등을 통해 돌아다니는 일본 AV를 접하는 한국 남성들은 자세한 사정을 모르고 그냥 즐기고 있지만, 일본에선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할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