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개발은 애경그룹 지주회사 AK홀딩스 지분 8.75%와 AK레저 지분 74.5% 등을 가지며 그룹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애경개발의 모회사 AK아이에스도 채형석 부회장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회사다. AK아이에스는 2018년 10월 애경유지공업이 자회사 AK아이에스를 흡수합병한 후 사명을 AK아이에스로 변경하면서 출발했다. AK아이에스는 AK& 기흥점 등 쇼핑몰 운영 및 IT 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애경개발 지분 31.47%를 비롯해 애경산업 지분 18.10%, AK홀딩스 10.37% 등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채형석 부회장으로 50.33% 지분을 갖고 있다.
2008년 4월 기준 애경유지공업의 주주현황과 현재 AK아이에스를 비교해보면 채 부회장의 지분은 29.98%에서 50.33%로 대폭 늘었다. 반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지분은 15.01%에서 5.63%로 줄었고, 채승석 사장은 19.95%에서 10.15%로, 채은정 부사장은 15.05%에서 13.23%로 각각 줄었다. 채승석 사장과 채은정 부사장의 애경개발 지분까지 최근 채형석 부회장에게 넘어가면서 지분이 채 부회장에게 집중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룹 지주사 AK홀딩스에 대한 채 부회장 보유한 지분은 16.14%. 여기에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AK아이에스와 자회사 애경개발이 가진 지분을 합치면 35.06%로 늘어난다. 채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AK아이에스와 자회사인 애경개발을 통해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21일 채형석 애경그룹 수석부회장이 동생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과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으로부터 골프장 운영업체 애경개발 지분을 각각 3%씩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다만 재무구조 등 AK아이에스의 현황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지난 8월 AK아이에스가 애경산업 지분 5.12%를 AK홀딩스에 매각한 것도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각 이유에 대해 “지주회사가 자회사 주식 40% 이상을 가지면 배당에 대한 세제혜택이 있어서 AK홀딩스가 애경산업 주식 수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거래가격을 보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열사 AK아이에스에 현금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AK아이에스도 주식 처분 목적을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공시했다.
당시 AK아이에스의 애경산업 지분 매각가는 주당 4만 568원으로 총 547억 6680만 원이다. 그런데 해당 거래일인 지난 8월 13일 애경산업 종가는 주당 3만 50원이었고, 이날 최고가는 3만 700원이었다. 그 전날과 다음날 주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즉 AK아이에스는 애경산업 지분을 지주사인 AK홀딩스에 시세보다 30%가량 비싸게 판 것이고 그만큼 AK홀딩스가 AK아이에스에 유동성을 지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AK아이에스와 애경개발의 거래는 장외매매 형태로 이뤄졌고, AK아이에스와 AK홀딩스의 거래는 시간외 대량매매로 이뤄졌다. 시간외 대량매매란 주식 시장 개시 전 양쪽이 합의해 매매거래를 진행하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간외 대량매매의 경우 전날 종가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30%까지 가격으로 거래가 가능하다”며 “플러스 30%까지 매매가가 올라가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AK아이에스가 지주사 지분을 사들일 때는 ‘웃돈’을 얹지 않고 제 가격에 샀다는 점이다. 2018년 5월, AK아이에스가 애경개발로부터 AK홀딩스 지분 0.64%를 인수했을 당시 인수가는 주당 7만 8100원. 거래일자인 2018년 5월 14일의 AK홀딩스 종가 역시 인수가와 같은 주당 7만 8100원이었다. 앞서 애경산업 지분을 AK홀딩스에 시세보다 주당 1만 원이나 더 받고 판 것과 대조되는 사례다.
AK아이에스가 애경산업 지분을 비싼 가격에 매각한 이유는 지난 8월 폐업한 AK플라자 구로점과 관련 있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AK아이에스가 운영하던 AK플라자 구로점은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운영 중이었는데 당시 실적이 너무 좋지 않아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남았음에도 폐업한 것으로 안다”며 “남은 계약 기간에 따른 위약금을 내야 했기에 현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꿔 말하면, AK홀딩스는 배당혜택도 노리고 채형석 수석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유동성도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