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올드보이들의 출마설이 돌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왼쪽)와 이인제 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운영하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고향에서 정치 인생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홍 전 대표는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 유력하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 불사조 같은 생명력을 자랑해 ‘피닉제(피닉스+이인제)’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인제 전 의원은 논산·계룡·금산 지역구에서 재기를 노린다. 이완구 전 총리는 천안갑,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산청·거창·함양·합천을 기반으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올드보이들 행보를 놓고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인적쇄신에 앞장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까닭에서다.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그렇게 나오고 싶으면 차라리 험지에 출마하라”는 반응도 내놓기도 했다.
올드보이들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정가 반응은 어떨까. 자유한국당 경남도당과 충남도당 관계자는 11월 6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직자가 이야기하긴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답을 내놓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여·야 현직 의원들 역시 올드보이들 움직임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올드보이 출마설과 맞물려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공개적으로 ‘중진 용퇴론’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흠 의원, 유민봉 의원. 사진=연합뉴스
올드보이들의 출마 채비는 자유한국당 인적쇄신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던 중진 용퇴론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사석에서 만난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언제적 이인제고, 언제적 이완구냐. 싹 다 엎어도 지금 힘들 판”이라며 “당 차원에서 이들의 출마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진 용퇴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첫 주자는 재선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이다. 김태흠 의원은 11월 5일 “서울 강남3구, 영남지역 3선 이상 현역 의원들이 용퇴를 하거나 당의 결정에 따라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지역구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 의원은 “당 총선 준비 시작은 희생과 헌신이며, 결과는 승리여야 한다. 모든 현역 의원은 출마 지역, 공천 여부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의 결정에 순응하기를 제안한다”고 했다.
11월 6일엔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불출마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쇄신을 촉구했다. 유민봉 의원은 “지금 우리 당은 국민의 답답함과 절박함을 담아낼 그릇이 못 된다”면서 “유연성과 확장성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당 지도부는 지지층에 안주하지 말고 중도개혁의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쇄신·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가진 것을 먼저 내려놓고 가시밭길을 앞장서 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반발 기류도 있다. 한 중진급 의원은 “우리도 왜 모르겠느냐. 그런데 자칫 그들이 무소속으로 나온다고 치자. 적어도 그 지역에선 득표력이 높은 분들이다. 한 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그렇게 좋은 그림은 아니다”면서 “그분들이 자진해서 출마를 접고 지역의 좋은 인재들을 밀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3선 김정훈 의원(부산 남갑)도 11월 6일 성명서를 통해 중진 용퇴론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내비쳤다. 김정훈 의원은 “누가 나가라 마라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기준 없이 특정 지역을 거론한 것도 문제며 3선 이상 중진들은 10년 이상 정치를 해온 사람들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올 사람도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불출마 선언 의원’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정치라는 게 원래…’ 불출마 선언 한국당 의원들 현재 입장 들어보니). 하지만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불출마를 번복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김 의원은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도 아니고, 번복한 적도 없다”면서 “그런 말들이 나와 씁쓸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 적절한 시기에 신중히 검토해 책임 있는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면서 추후 행보와 관련해선 물음표를 남겼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