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net ‘프로듀스 엑스(X) 101’ 홈페이지
경찰 수사는 서서히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안 PD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프로듀스 101’ 시즌1, 2는 물론이고 Mnet의 다른 제작진이 만든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까지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예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상당히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요즘 사회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는 ‘공정’의 틀을 깼기 때문이다. 한 중견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아직까지 드러난 비리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안 PD가 연예기획사들에게 40여 차례 접대를 받았고 그 금액이 1억 원을 넘는 정도라고 들었는데 과거 연예계 비리 사건을 감안하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문제는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건드린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도 공정이 문제였다. 각종 취업비리와 입시비리, 그리고 각종 특혜 논란 등 요즘엔 ‘공정’을 건드리면 큰일이 나는데 그 부분을 건드린 터라 사태가 더 커질 수도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얼마나 확대되느냐다. 우선 Mnet 내부 또 다른 제작진의 연루 여부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1월 5일 CJ ENM 상암동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7월에 이미 압수수색을 진행한 경찰이 또 다시 압수수색을 한 까닭을 두고 연예계에선 이미 다른 제작진의 프로그램까지 수사가 확대됐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Mnet이 생방송 투표를 중심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표주자지만 다른 방송사에도 비슷한 유형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다. 자칫 케이블 방송인 Mnet에서 시작돼 지상파 방송사나 종합편성채널(종편)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경찰이 모든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 조사할 수는 없다. 행여 일부 방송국의 몇몇 프로그램만 골라서 수사를 확대할 경우 ‘다른 의도가 있는 수사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 특히 자본금 불법 충당 등을 두고 현재 정부와 종편채널들이 다소 불편한 관계임을 감안할 때 괜한 음모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다른 방송사로 영역을 확대할 분명한 계기가 나타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상황에서는 연예기획사들에 대한 수사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경찰은 순위조작 의혹을 받는 연습생이 소속된 기획사들도 압수수색했다. 또한 관련자들의 금전거래 의혹을 살펴보기 위한 금융계좌 분석도 진행 중이다.
2018년 6월 Mnet ‘프로듀스48’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용범 CP와 안중영 PD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우선 연예기획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닐지라도 연예기획사에서 다른 방송사 PD에게 금품이나 향응이 제공된 흔적이 발견될 수도 있다. 게다가 수사 대상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다른 연예기획사의 연루 의혹이 드러나 수사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경찰 수사는 특정 방송국의 한 제작팀이 만든 프로그램 2개에 대한 수사일 뿐이다. 연예계 전반의 고질적인 병폐가 아닌 특정 형태의 프로그램에서 빚어진 국소적인 사안이다. 그렇지만 과거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 수사 역시 그 시작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한 원로급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내가 경험한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 수사는 1995년과 2002년, 그리고 2007년이었다. 그 전에는 모르겠지만 이 세 번의 수사는 모두 작은 사안에서 시작됐다. 1995년 수사는 1994년 12월 유명 매니저가 납치 살해당한 사건이 계기가 돼 1995년 1월부터 대대적으로 이어졌다. 2002년 수사는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PR비 관행에 대한 폭로와 검찰 수사 촉구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2007년엔 대형 연예기획사 한 곳의 주식로비 의혹으로 시작돼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게다가 요즘 사회 분위기와도 맞물려 자칫 또 한 번 연예계에 엄청난 광풍이 몰아칠 수도 있어 보인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