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중학교 졸업 앨범 사진. 사진=제보자 제공
일요신문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부검 기록을 열람했다. 11월 4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을 찾았다. 1차 사건부터 10차 사건 가운데 3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9개 사건의 부검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검 감정서를 대조한 결과 10개 사건 가운데 2차 사건 피해자 몸에 남은 흔적과 8차 사건 피해자 몸에 남은 흔적은 상당 부분 유사했다. 동일범의 소행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2차 사건 피해자 박 아무개 씨(여·25)는 진안리의 농업용 수로에서 발가벗겨진 채 발견됐다. 질액에서 정자가 검출됐다. 사인은 교살이었다. 손으로 목이 졸려 살해당했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피해자 목에 남은 흔적이었다. 당시 오산 인성의원에서 부검을 담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사 윤 아무개 씨는 감정서에 이렇게 기록했다.
‘전경부(목의 전방)에 4.5×2.5cm, 0.7×0.6cm, 0.6×0.6cm, 0.7×0.7cm, 0.5×0.5cm의 표피박탈, 우쇄골부에서 0.1×0.1cm의 표피박탈을 동반한 피하출혈 있음.’
피해자 목을 조른 범인 손의 흔적으로 보였다. 피해자 목엔 다섯 개의 멍 자국이 선명했다. 범인은 단 한 번의 시도로 피해자의 숨통을 끊은 것으로 보였다. 오른쪽 어깨엔 날카로운 도구로 그어진 자국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8차 사건 피해자 박 아무개 양의 시신에서도 정자가 검출됐다. 사인 또한 교살이었다. 피해자 목과 쇄골에 남은 흔적은 2차 사건 피해자 몸에 남은 흔적과 흡사했다. 부검을 맡은 국과수 의사 전 아무개 씨는 감정서에 이렇게 남겼다.
‘우경부(목 오른쪽)에서 1.5×0.7cm, 전경부에서 0.5×0.2cm, 좌경부(목 왼쪽)에서 0.7×0.5cm, 우쇄골부에서 2.5×0.5cm의 표피박탈, 전경부에서 4.5×1.3cm의 표피박탈을 동반한 피하출혈이 보임.’
법의학전문가에 따르면 표피박탈이 발생할 정도라면 맨손이 아닌 장갑 등을 꼈을 가능성이 높다. 2차와 8차 범인이 동일인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지점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손에서는 땀이 나기 때문에 목을 졸랐을 때 표피박탈이 일어나기 어렵다. 표피박탈이 일어났다면 장갑 등을 끼고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옥살이를 하고 나온 윤 아무개 씨(가운데)가 박준영 변호사(오른쪽)와 함께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10월 26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한편 8차 사건 범인으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윤 아무개 씨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는 최근 이춘재가 범인만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윤 씨와의 경찰 참고인 조사에 동행해 윤 씨의 필체가 아닌 다른 필체로 쓰인 ‘대필 진술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다음 주(11월 셋째 주) 중으로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