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BMW 차량 화재 사고에 대한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문제의 흡기다기관, EGR쿨러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해 불거진 ‘BMW 차량 연쇄 화재 사고’와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3일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 임직원 8명과 BMW 독일본사, BMW코리아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자동차관리법상 제조사는 결함사실을 인지한 즉시 국토교통부에 알리게 돼있는데, 이들은 BMW에 들어가는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을 알고서도 은폐했다는 혐의다.
이번 수사결과는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가 지난해 8월 BMW 피해차주 50명 등을 대리해 남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지 1년 3개월여 만에 나왔다.
앞서 김효준 회장 및 BMW코리아는 “화재원인으로 지목된 부품의 결함을 지난해 7월에야 독일 본사로부터 통보 받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BMW코리아 측이 해당 사실을 그 전에 파악하고도 축소, 은폐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BMW코리아 본사와 EGR 납품업체 본사, 연구소 등을 세 차례 압수수색하고, 5월에는 김 회장 등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최근 몇 개월 경찰 수사 막바지에는 검찰도 함께 보완수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기소의견 송치건은 빠른 시일 내에 검찰의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로 BMW에 제기된 ‘차량 연쇄화재 사고’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BMW 피해차주들은 형사고소와 함께 지난해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소송은 설계 결함에 기한 손해배상과, 결함은폐에 기한 손해배상 집단소송 두 종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BMW코리아에서 EGR 결함을 파악하고도 축소·은폐했다고 판단하면서 결함은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리콜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소송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됐다”며 “결함은폐에 대한 재판은 형사소송과 연관돼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김효준 회장 등 기소의견 송치 및 민사소송에 대해서 BMW코리아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사진=박은숙 기자
특히 이들 중 3대(640d·525d·320d)는 지난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EGR 리콜 대상으로, 이미 시정 조치를 받은 차량이었다. 이에 지난해 연쇄 화재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BMW 화재사고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사안별 추가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BMW코리아 측은 최근 다시 발생한 연속 화재에 대해 “국토부,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부품결함이 아닌 차주의 차량관리 소홀 등 외부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차량들은 침수에 의한 전손부활 차량, 노후 차량의 DPF(매연저감장치) 손상 등 대부분 외부 요인에 따른 화재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리콜 이후 지금까지 EGR 관련 문제로 화재가 난 경우가 없다. 리콜이나 특정 부품 결함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BMW 화재에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리콜로 화재의 근본원인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근본원인은 EGR 과다작동과 EGR 쿨러의 열용량 설계결함”이라며 “하지만 BMW에서는 설계결함을 개선하지 않고, EGR 밸브, 모듈 등 문제가 된 부품만 리콜해줬다. 결국 시간문제일 뿐 다시 화재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BMW 화재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구성한 민관합동조사단의 지난해 12월 최종 조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공동단장인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BMW의 조치는 EGR 쿨러 설계를 약간 보강하는 정도다. 따라서 화재 발생 시점을 뒤로 늦출 뿐 언젠가 또 균열이 가고 동일현상 발생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BMW가 설계결함을 인정하고 고치면 환경부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그 기간에는 판매를 할 수 없다. 또한 새 차량을 다 바꿔야 하고, 이미 판매한 차량들도 다시 대대적인 리콜을 해야 한다. 이런 복잡함 때문에 BMW는 설계결함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