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일요신문이 강기갑 정의당 국민먹거리안전특별위원장을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사진=최준필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국회 선진화법 제정을 앞장서서 주장했고 제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당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다. 야당은 이를 막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눈부신(?) 활약은 연일 화제를 모았다. ‘공중부양’이라는 유명한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강 전 의원은 19대 총선 낙선 이후 정치를 내려놓고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농업에 열중하고 있다. 당적이 없는 강 전 의원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요청으로 당 대표 자문기구인 정의당 국민먹거리안전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서울에 방문한 강 전 의원을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2018년 출범한 한국마이크로바이옴협회 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협회는 미생물을 통해 농업으로 먹거리를 바꾸고 이를 통해 국민들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미생물을 잘 이용하면 가축들의 분변 냄새도 줄어든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여야 구분 없이 도와주고 있다. 국회에서도 최소한 분기마다 한 번씩은 포럼을 열고 있고 지역마다 매월 포럼을 열며 홍보하고 있다.”
―학계 미보고된 미생물을 발견했고 여기에 K3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바 있다.
“K3 유산균은 EM생명과학연구원에서 종균을 식품으로 만들었다. 그걸 농산물 재배에 활용했는데 효과가 너무 좋다. 가축 사료에도 섞어서 주는데 역시 가축이 건강하게 잘 자란다. 상생농법으로 키운 매실 과육에다 몸에 좋은 약초와 K3 유산균을 넣어 발효를 시켰다. 이걸 환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등에 출연해 소개했더니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재구매가 계속돼 명절을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정도다.”
―2018년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고 알려지면서 변절 논란이 있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우리 먹거리 살리자’는 집회를 하기로 했는데 그 옆에 태극기 집회가 있었고 태극기 부대가 워낙 많다 보니 우리 쪽 집회가 섬처럼 됐다. 기자들이 사진을 많이 찍더라. 탈당한 뒤 집회장에 나간 적이 없다가 정말 오랜만에 나가서 많이 찍는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민주노동당 하던 사람들이 ‘강 대표가 태극기 집회 나가는 게 웬말이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전화가 계속 왔다. ‘무슨 말이냐’고 하자 사진 링크를 보내줬다. 내가 참석한 집회는 기사조차 나오지 않아 여러 번 해명해야 했다.”
―정의당 상임고문을 맡기도 했는데 밖에서 보는 정의당은 어떤가.
“최근 조국 전 장관 국면에서 비판을 많이 듣기도 했고 고민도 많았겠지만 당 차원에서 어느 방향을 취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진보도 보수에서 받아들일 만한 좋은 의견이 많지만 현재 자유한국당 이야기를 동의하기 힘들다. 보수정당도 합리적 보수가 되어야 한다. 양당이 극단적으로 붙으면 정치가 멈춘다. 양당 사이 중간에서 합리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 정의당이 설 자리가 칼날처럼 좁아져 있었다.”
강기갑 전 의원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최근 몇 달간은 너무나 어려운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였어도 어느 쪽으로도 쉽게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이 법적 문제는 몰라도 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민주당도 인정하는 부분 아닌가. 하지만 당시에는 의견이 너무 첨예하고 진영논리가 극에 달해 조국 전 장관에 의견을 내는 순간 이쪽 아니면 저쪽 편이 되는 상황이었다. 비판하기도 어렵고 양쪽 의견 모두 동의하기도 힘들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너무 안돼 보였다. 정의당은 그 와중에 이 양 진영의 극단적인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한국 정치 구도를 제도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대의적 차원 행보를 했다고 생각한다. 연동형 비례제가 정착되면 앞으로 이런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근 심상정 대표가 의원 정수 확대를 들고 나왔다.
“심 대표가 의원정수 확대를 이야기하면 욕먹는 걸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고육지책이다.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지역구 의원들 자리를 잃고 이들이 본회의에 올라온 법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선결적으로 지역구 의원을 늘려 이들 자리를 어느 정도 보전해줘야 했을 것이다. 이대로 계속 양당구도로 정치가 극렬 대립으로만 가는 것보다는 의원정수를 늘려서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다당제 구도가 되길 바랐다고 본다. 양당이 대립해도 중간에서 균형을 잡고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한다.”
―국회 선진화법을 막는 데 앞장섰다.
“패스트트랙이라는 게 소수 정당 의견이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양당이 합의하면 시간만 지나면 상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법안을 잡기 위해 공중부양 사진도 찍히고 책상도 쳤던 거다. 한국당은 그렇게 통과시키려고 했다가 지금 그 법에 걸려 있는 걸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나는 당시 4대강, 금산분리법 완화 등을 막기 위해서 절규하고 의정활동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당시 방법은 잘못됐을 수 있고 지혜롭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몸이 열 개라도 다시 할 수밖에 없다. 후회는 없다.”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이제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농업운동을 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 만나다 보니 특정 정당에 편승하거나 평가나 판단을 안 하고 싶다. 그냥 가슴이 아플 뿐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아했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어하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았다. 그때 나를 싫어했던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더 진솔하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잘 알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아프다. 국회가 폭력 국회로 인식하는데 2등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역할을 한 정치인으로서 국회가 이렇게 된 걸 보고 가슴이 안 아프겠나. 내 일 아니라고 외면 할 수 없다. 지금은 다만 진보정당 역할인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을 지키는데 농업인으로서 역할하고 싶다. 정치 재개도 생각이 없고 국민 먹거리를 살리는 일이라면 지옥에라도 가서 역할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