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양정철 원장과 김경수 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핵심 친문재인계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비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회자됐던 친문발 ‘안이박김 살생부’의 한 명이기도 했다. 이 사진이 남다른 관심을 모았던 배경이다. 그동안 껄끄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던 친문과 이 지사 관계가 복원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친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이 지사 측과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끼리 다툴 때가 아니다. 내년 총선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이 지사는 두터운 고정 지지자들을 갖고 있는 유력 차기 주자다. 양 원장이 이 지사와 사진을 찍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여권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메시지라고 읽힌다.”
실제 여권 내에서의 이 지사 입지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권 후보로 거론돼왔던 정치인들이 구설에 휘말리며 주춤한 사이, 이 지사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이 지사를 강하게 비판해왔던 여러 정치인들 중 최근 들어 그 스탠스가 확연히 달라진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사에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재판이다. 이 지사는 친형 고 이재선 씨 강제입원 절차 지시에 대한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네 가지 사안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세 개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2심(9월 6일)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지사 당선은 무효가 된다. 이 지사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둔 5월 29일 열린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서 김영환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묻자 “그런 일 없다.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한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도 많이 했고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것이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다”라고 답했다.
6월 5일 방송 토론회에서도 “사실이 아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인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다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을 해 보자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다. 그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설득해서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분당구 보건소장 및 그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이재선에 대한 구 정신보건법 제25조 절차 진행을 직접 지시하고 이에 따라 위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하였음은 넉넉히 인정된다. 피고인이 ‘이재선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이재선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고, 그 나머지 발언은 일부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기는 하나 이 부분 발언의 전체 취지와 선거인이 위 발언을 접하였을 때 받게 되는 인상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이재선에 대하여 위 절차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이재선에 대한 위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한 사실을 숨긴 채 이러한 발언을 했다. 이 지사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발언은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했다.
판결을 두고 법조계 입장은 엇갈린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지사가 정확히 아니라고 말을 하지 않았느냐. 계속 이어지는 토론을 지켜보는 선거인들 입장에선 입원 또는 진단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 지사 발언은 도덕적인 잣대를 평가하는 중요한 투표 기준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 같다”며 “이 지사가 자신의 혐의를 완강한 부인으로 일관했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지사는 입원을 시키려고 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강제입원 부분에 대해선 무죄라고 선고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입원과 강제진단을 포괄적으로 묶어서 판단을 했다. 무슨 사실을 숨겼다는 것인지, 또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추정했는지 궁금하다. 말을 하지 않았으니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은 허위사실의 대외적 ‘공표’를 문제 삼는 것인데 지금 이 판결은 침묵을 처벌하겠다는 것 아니냐.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토론회에서의 이 정도 발언을 처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이 지사는 투표로 인해 선출된 공직자다. 당선을 무효화하려면 그만큼 혐의가 중해야 하는데, 이번 건이 그 정도인지 모르겠다”면서 “토론회가 끝날 때마다 고소 고발이 난무할까 걱정스럽다”라고 했다.
여권 인사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기소한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이랬는데, 그거(직권남용)는 무죄를 하고 방송토론에서 상대방이 ‘했죠?’ 그래서 (이 지사가) ‘안 했습니다’ 이랬다고 허위사실 유포로 지금 300만 원을 때린 거 아닌가”라며 “되게 황당하다. 이렇게 참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도 있구나”라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현행 공직선거법의 문제점을 다루는 공청회를 열어 이 지사 2심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 지사는 2심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대법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다. 조항에 담긴 ‘행위’와 ‘공표’라는 용어의 정의가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등에 반(反)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이 지사 상고심은 헌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