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시장은 검찰 압수수색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대가성 뇌물 제공 의혹이 제기된 기업체들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유재수 전 부시장 혐의 입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아래 조국 전 장관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까닭에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수사가 번질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검찰 반응은 사뭇 다르다. “사건이 청와대로 확대되기는 힘들다”는 게 검찰 내 중론이다. 실제 일요신문 취재 결과 해당 의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원치 않은 탓에, 서울동부지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수사 입증이 어렵다”는 자체적인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특혜’ 입증이 관건
김태우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은 지난 2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 등이 고발 대상이었다. 혐의는 직권남용.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이 유재수 전 부시장의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당시 비위 의혹을 보고했는데, 윗선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는 게 주된 고발 내용이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재수 전 부시장이 수사 의뢰 되거나 징계를 받기는커녕, 되레 감찰 중단을 지시받았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정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봐줬다’는 게 고발의 핵심 내용이다.
실제 유재수 전 부시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또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을 거친 뒤, 오거돈 시장의 첫 번째 경제부시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대표적인 친노무현·친문재인계 인사로 분류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이 부분을 계속 문제 삼은 것도 ‘청와대’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발장이 접수된 지 8개월여 만에, 검찰이 움직였다. 당연히 시작은 ‘첩보 확인’부터였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10월 30일 유 전 부시장이 2016년과 2017년 재직한 금융위원회와 유 전 부시장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D 건설사를 압수수색했다.
11월 4일에는 유착 정황이 포착된 기업 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등 혐의 입증 수사를 확대했다. 현재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참고인 및 각종 특혜 제공 업체 관계자 소환을 진행 중이다. 수사는 유 전 부시장 관련 보고됐던 비위 내용인 금융위 재직 시절 직무와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한 뒤 대가로 금품 등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이 재직한 금융위 고위직은 해당 운용사 등 각종 업체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충분한 자리다.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과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했는데, 특히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위 국장급 중에서도 핵심 보직이다.
공익제보자 보호 관련 기자회견 당시의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 사진=박은숙 기자
자연스레 검찰 수사와 맞물려 구체적인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하던 2016~2017년, 유 전 부시장의 장남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서 두 차례 인턴십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여름에는 유 전 부시장의 차남도 인턴십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제기된 비위 의혹에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재직 당시 차량 관련 편의를 제공 받거나, 자녀 유학비 등 금품을 업체로부터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던 터라, 검찰의 수사가 ‘혐의 입증’을 확보하고 시작됐다는 평이 나온다.
수사 흐름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고발장은 유재수 전 부시장이 타깃이 아니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어떻게 감찰을 무마했는지에 포커스가 맞춰진 탓에 사실 유재수 전 부시장 관련 의혹은 정말 ‘첩보’ 수준으로 적혀 있었다”며 “유재수 전 부시장 관련 비위 의혹은 검찰이 추가적인 내사를 통해 어느 정도 입증 가능성을 가늠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발 때까지만 해도 버티고 있던 유 전 부시장은, 첫 압수수색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유재수 전 부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와 같이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시정에 전념하기 어려워 부산시의 부담을 덜기 위해 결정했다”며 사의를 밝혔다. 유재수 전 부시장은 국정감사 등에서 “의혹이 제기된 것은 맞지만, 굉장히 중요한 금융정책국장 자리를 사실상 불명예스럽게 내려놓게 됐다”며 “경미한 품위 위반은 있었고 모두 소명된 사안이며 사실상 처벌을 받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런 유재수 전 부시장의 빠른 사의 표명은 ‘검찰 혐의 입증이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대검찰청은 물론, 서울동부지검에서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 고발 내용들을 상세히 들여다봤고 입증이 가능한 부분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수사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유재수 전 부시장 수사는 혐의 규모의 문제가 남았을 뿐, 처벌(기소)은 100% 확실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김태우 고발 전 유재수 이름 알았는지 입증 어려워”
자연스레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 입증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이 수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애초 고발장도 김태우 전 감찰반원의 감찰을 무마한 것이 잘못이라는 내용이기 때문.
하지만 검찰 내에서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한다. 입증이 어렵다는 얘기다. 고발장을 본 적이 있는 사건 관련 검찰 관계자는 “당시 김태우 전 감찰반원의 고발장에 나온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직권남용을 입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설사 유재수 감찰을 그만하라는 지시를 했을지라도 더 중요한 다른 업무를 지시했다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설명한다면 거기서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친문 인사’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유재수 전 부시장과 조국 전 장관은 서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사이”라고 해명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직권남용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가 이뤄지는 점도 이런 분위기를 반증한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대대적으로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할 때에도 이번 감찰 무마 의혹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해서 다시 동부지검에서 수사가 시작된 것”이라며 “결국 감찰 무마는 입증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수사가 청와대까지 올라가지 않고 끝날 확률이 높다. 오래 사건을 묵히지 않고 고발장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 그 이상이 아니”라고 점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