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애초에 지분 인수를 목적으로 타고솔루션즈를 출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3월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블루 서비스 출시 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승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9월 11일 타고솔루션즈 지분을 100% 인수했다. 타고솔루션즈는 2018년 5월 설립된 법인으로 52개 법인택시회사와 4500여 대 택시가 참여한 국내 최대 택시운송가맹사업자다. 국토교통부가 1호 택시가맹사업 인가를 내주면서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블루’ 서비스를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3월부터 서비스해왔다. 택시 승차거부에 대한 승객 불편을 줄인다는 취지로 택시요금 외에 이용료 3000원을 더 받는 대신 승차거부 없이 자동 배차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출범 초기 주목을 받았다. 갈등이 컸던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협업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번 타고솔루션즈 인수는 앞서 지분 30%를 매입한 데 이어 남은 지분을 모두 사들인 차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 택시업계와의 협력을 이유로 타고솔루션즈 지분 30%를 매입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분 100% 인수한 후 타고솔루션즈 사명을 ‘케이엠솔루션’으로 변경하고 서비스 명칭도 ‘카카오T블루’로 바꿨다. 임원도 대거 변경됐다. 9월 4일자로 오광원 대표와 김재욱·강순구·류긍선·허준녕 이사가 사임했고, 이틀 뒤 카카오모빌리티 공동대표인 류긍선 이사가 타고솔루션즈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류긍선 대표이사 체제 아래 이창민·이준희 이사와 황윤영 감사도 영입됐다. 이창민 이사의 경우 출범 초기인 지난해부터 타고솔루션즈 감사로 활동하다가 올 5월 사임한 뒤, 류 대표와 함께 다시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인수 전후 임원 구성을 둘러싸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애초에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하려는 목적으로 지분을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인수 후 사임한 오광원 전 대표와 김재욱 전 이사는 각각 택시회사 한미산업운수와 태평운수 대표로 택시업계 사람이고, 강순구 전 이사는 전 2LK 대표이자 KT 로지스 상무를 역임했던 사업가다. 사임했다가 인수 후 재취임한 류긍선 대표와 이창민 이사, 새 임원으로 들어온 이준희 이사와 황윤영 감사는 모두 카카오 소속 직원들이다. 인수 후로 택시업계 소속은 빠지고 카카오 직원들이 임원직에 오른 상황이다. 물론 이번의 임원 변동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한 이후인 만큼, 바뀐 임원들이 모두 카카오모빌리티 소속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택시업계 반발로 카풀서비스 출시가 막히자 가맹사업으로 태세 전환을 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진은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공동대표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하지 않았던 시점부터 카카오모빌리티 직원이 타고솔루션즈 임원으로 투입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시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기준 카카오모빌리티는 타고솔루션즈 지분을 30% 인수했고, 카카오모빌리티 소속 류긍선·이창민·허준녕 씨가 보다 앞선 2018년 12월 17일 타고솔루션즈 임원으로 임용됐다. 현 카카오모빌리티 공동대표이기도 한 류긍선 대표는 타고솔루션즈 임원을 맡기 전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전략을 책임지는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활동해왔고, 그 전에는 다날과 럭시에서 근무했다. 허준녕 씨와 이창민 씨도 타고솔루션즈가 아닌 카카오모빌리티 직원으로, 특히 이창민 씨는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CSO는 계열사 시너지와 인수·합병(M&A) 전략 등 사업 전반의 전략을 책임지고, CFO도 재무·회계뿐 아니라 투자·M&A까지 맡는다. 두 요직에 있던 류긍선, 이창민 씨에 더해 허준녕 씨까지 타고솔루션즈 출범 초기부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이 전후로 지분 매입이 이뤄졌다는 것, 그리고 지분을 모두 인수한 후 택시업계 인사가 모두 임원에서 물러나고 카카오모빌리티 측 인사로 채워졌단 점에서 타고솔루션즈 인수는 사전에 정해진 루트가 아니었느냐는 의심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CFO는 인수·합병 전략을 짜고 검토하는 직무인 만큼, 카카오모빌리티 CFO가 타고솔루션즈 출범 초기부터 감사를 맡았다는 건 M&A를 위해 재무상황과 매출을 수시로 파악하려는 것 아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류긍선 씨와 이창민 씨는 럭시 임원으로도 활동했다. 럭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출시하고자 252억을 투입해 지난해 3월 5일 인수한 카풀 스타트업으로, 2014년 7월 모바일콘텐츠업체 다날 출신 멤버들이 주축이 돼 창업했다. 류긍선 씨는 2014년 12월 22일 럭시 사내이사로 취임해 2017년 12월 22일자로 물러났다. 이후 카카오가 럭시 지분을 100% 인수한 뒤인 2018년 3월 27일엔 이창민 씨가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로, 황윤영 씨는 사내이사로 올라섰으며 그 해 연말 럭시 흡수합병이 마무리됐다. 럭시 인수 과정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이창민 씨와 황윤영 씨는 현 케이엠솔루션의 이사와 감사이며, 이창민 씨는 앞선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감사를 맡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럭시 인수 전후와 타고솔루션즈 인수 전후 과정에서 일부 임원이 겹치는 등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가맹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카풀 대신 택시가맹사업에 빠르게 진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인수를 조건으로 타고솔루션즈 출범에 개입·투자했다는 의혹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인사가 타고솔루션즈 임원으로 투입된 지난해 12월은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다. 한 택시기사가 국회 앞에서 카풀을 반대하며 분신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서비스 출시 등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앞의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 카풀사업은 추진이 힘들기에 가맹사업을 노렸지만, 카풀사태로 택시업계가 등 돌린 마당에 사업에 참여할 택시회사를 찾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택시업계 영향력 있는 인사를 활용해 카풀·타다에 대응하자는 주장과 카카오 지분 인수 조건을 내걸고 타고솔루션즈를 설립하도록 꾄 것 아니겠느냐”고 봤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타고솔루션즈 지분 30%를 사들였을 때부터 카카오에 넘어갈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타고솔루션즈 인수에 더해 6번째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등 가맹형 플랫폼 사업을 위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카카오T블루 서비스는 덩치만 커졌을 뿐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타고솔루션즈 출범 당시 함께 가입한 가맹점은 52개 택시회사로 총 4500대가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 카카오T블루 서비스를 운영하는 차량은 300여 대에 불과하다.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지 않아도 수익성에 문제가 없는 데다, 추가 부가서비스 요금을 받는 가맹점 택시 수요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기에 하려고 나서는 기사들이 적은 탓이다. 가맹점 참여 법인 소속 한 택시기사는 “콜도 잘 안 잡히고 잡혀도 단거리여서 매출이 안 나기에 기사들 호응도가 적다”고 했다. 또 다른 기사도 “카카오T블루를 안 해도 택시가동률이 80%가 넘기에 회사 대표가 굳이 월급제와 차량 설치비를 감안하면서까지 하려고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T블루는 택시업계 최초 월급제를 시행하는 가맹택시이기에 택시업계가 활발하게 참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택시업계가 잘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수를 목적으로 타고솔루션즈에 투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CFO는 투자·자금관리 등 재무업무와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자리로 M&A는 역할의 일부”라며 “럭시는 처음부터 인수를 목적으로 했기에 이창민 CFO가 대표로 등록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럭시 사례와 달리) 타고솔루션즈는 택시-플랫폼업계 간 상생협력 차원에서 지원·투자한 것”이라며 “투자사가 피투자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사안이기에 당사 임직원이 이사 및 감사로 등록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