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최강부 결승전 복기 장면. 허영락(오른쪽)이 김정선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전국최강부 우승상금만 1000만 원. 성적에 따라 본선 참가자 전원에게 연구지원비를 준다. 전체 9000만 원이 넘는 대회 운영비에서 상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전국최강부 우승자는 허영락이다. 허영락은 전국최강부 1라운드에서 임상규를 꺾고, 하성봉·박수창·온승훈을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김정선을 상대로 180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고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1월 기준, 아마랭킹 1위에 올라있는 선수다. 시니어여성부에선 조민수 아마 7단이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전국최강부 우승자 허영락. 트로피에는 전기 대회 전국최강부 결승대국 내용이 그려져 있다. 허영락은 작년 아픔을 안긴 기보를 손에 들고 정상에 섰다.
“개인적으로 덕영배 우승이 큰 목표였다. 마음이 후련하다. 이번에 느낌이 좋았다. 준비도 많이 했고, 컨디션이 좋아서 우승에 자신 있었다. 우승상금은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하는 데 쓰겠다.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에게도 맛있는 걸 사주겠다. 권갑용 사범님과 KIBA의 김성진 사범님, 조경호 사범님이 가장 먼저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분들이다. 지금 베트남에 계신 이강욱 사범님도 먼 곳에서 관심 가져주고 응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시니어여성부는 시니어 16명과 여자선수 16명이 출전했다. 결승은 조민수와 최호철, 두 시니어 최강자가 올라갔다. 5라운드까지 4승을 거두고 우수상을 받은 이는 조병탁, 이철주, 이용만, 류승희(여) 네 명이다. 11월 아마랭킹 여자부문은 1위 박예원, 2위 이루비, 3위 김수영, 4위 류승희다. 올해 덕영배에서 박예원과 이루비는 2승 3패, 김수영은 3승 2패를 했다. 예선을 뚫고 오랜만에 대구로 내려온 최고참 언니 김세영 선수는 2승 3패, 대국보다 바둑TV 진행자로 더 친숙한 김여원도 3승 2패를 거두며 왕년의 힘을 과시했다.
김여원은 “직접 참가 신청한 개인전은 8년 만인 것 같다”고 말한다. 남편 박정상 9단도 심판 자격으로 대구에 함께 왔다. “아내 덕분에 대구 동성로를 구경하며 데이트 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웃었다. 대구바둑협회 현철영 전무이사는 “덕영배는 매년 대회를 복기하며 개선점을 찾는다. 올해는 여자선수들이 힘을 못 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여자선수들 전력을 올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생각해 보겠다. 여자연구생에게 문호를 여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총평했다.
시니어여성부 결승대국. 조민수(왼쪽)가 최호철을 누르고 우승을 했다.
폐회사를 하는 이재윤 대구바둑협회장.
“유일한 취미다. 최근에도 자주 둔다. 이번 일요일도 기원에 있다가 집에 오는데 자꾸 발에 뭐가 걸려 불편해서 찾아보니 바둑알 하나가 신발에 들어가 있더라. 농담이지만 나중 내 무덤엔 바둑알 세 개를 같이 묻어주라고 주변에 말한다. 승부 또한 바둑의 속성이라 승패가 나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바둑에는 그걸 뛰어넘은 도와 예가 있어야 한다. 승부는 가리되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 우리 덕영배에선 선후배끼리 술도 한잔하고, 우승자가 함께 한 선수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전통이 있어 자랑스럽다.”
이재윤 회장은 25년 전부터 한국기원 이사였고, 대구지역에선 협회 자체가 없던 32년 전부터 역할을 맡아왔다. 이재윤 원장은 대구에서 덕영치과 병원을 운영하고, 최근까지도 직접 임플란트 시술을 한다. 그는 “이 손으로 8만 5000개 심었다. 세계신기록”이라고 말했다. 대구바둑협회장 외에도 전국자연보호 총재, 전국아파트연합회 회장 등 대외적으로 맡은 직책이 많다. “바둑을 좋아해 바둑계에서 일하고, 여러 역할을 맡아왔다. 바둑계가 바둑진흥법으로 좋은 흐름을 탔으니 모쪼록 중앙에서 행정 하시는 분들이 힘을 합쳐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갔으면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제37회 덕영배 전국아마대왕전 덕영바둑축제는 영남일보가 주최하고, 대구바둑협회가 주관하며 덕영치과병원이 후원한다.
박주성 객원기자
[승부처돋보기] 큰 곳보다 급한 곳 제37회 덕영배 전국아마대왕전 시니어여성부 결승(2019.11.10.) ●최호철 ○조민수 172수 백불계승 #장면도 1 흑 11로 뛰는 수가 시원하다. 백에 모양을 제한하면서 흑 진영을 키우는 멋진 한 수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우상변 백 넉 점(세모 표시)을 잡는 게 더 급했다’고 말한다. 초반부터 형세는 흑이 좋았고 이미 집이 많았다. 흑1은 큰 곳이었지만, 이 장면에선 A가 쌍방 급한 곳이었다. 이후 실전진행에서 A는 조민수가 두었다. 백이 넉 점을 움직이자 우상귀 흑돌은 중앙과 귀가 분단되면서 극히 엷어졌다. 인공지능 승률도 70% 이상 백 쪽으로 확 몰렸다. #장면도 2 최호철 선수가 돌을 거둔 종국 장면이다. 우상귀 백(세모 표시)는 요석이었다. 중앙 흑돌(X표시)이 시달리다가 결국 다 잡혔다. 덕영배 시니어여성부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조민수는 “승부를 겨루는 사람으로서 이기는 건 언제나 기쁘다”라고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다. 조민수은 이번 대회(스위스리그 5라운드)에서 권가양(여), 김현아(여), 안재성, 이용만, 최호철을 이기고 5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