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캡처
축구 명문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언남 고등학교.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하며 매년 축구 유망주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곳 축구부는 현재 공중 분해된 상황이다.
언남 고등학교에는 일명 ‘우승제조기’로 불리는 지도자, 정종선 감독이 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중앙수비수로 1994년 미국 월드컵에도 출전했던 그는 2001년 언남고 축구부가 창단했을 당시부터 지도자로 부임했다. 이후 언남 고등학교는 각종 대회에서 숱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선수들에게 부모님을 생각하며 뛰라고 했던 정종선 감독은 학부모들로부터 지원받은 축구부 운영비 일부를 착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학부모 성폭행 혐의로까지 수사가 확대됐다.
PD수첩 제작진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피해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피해자들은 진술하기를 두려워했다.
한국고교축구연맹 회장 자리까지 올랐던 축구계 명장의 실체를 고발한다면 언젠가는 보복 당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4일 정종선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이 ‘범죄혐의가 충분히 소명되기 어렵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되자 피해자들의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폭행 피해자 A 씨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낸 거예요. 더 이상의 피해자가 안 나오게 내가 여기서 나서야겠다 싶어서 나섰거든요”라고 말한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구체적이었다. 또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유사한 방식의 성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한 피해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간식비, 김장비, 졸업생 반지 값 등 갖가지 명목으로 거둬들인 회비로 인해 학부모들이 썼다는 돈만 연간 약 1억 원.
그리고 아이의 축구인생을 볼모로 한 온갖 갑질과 성폭행 의혹까지 이 모든 것이 축구 명장이 지금껏 일궈온 축구 왕국의 실체라고 학부모들은 주장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