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11월 말과 12월 초 총 22명의 임원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임기가 보장되는 준법감시인 1명을 제외한 임원 전원이 인사 대상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조직 안정화를 이유로 단행된 대규모 ‘깜짝 인사’로 승진해 임기 1년을 채웠다. KEB하나은행 역시 준법감시인 1명을 뺀 임원 총 22명의 임기가 12월 31일 종료된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오는 11월 말과 12월에 임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1년 전 은행권에서 가장 빨리 임원을 교체했던 우리은행이 이번에도 먼저 인사를 하게 된다. 그동안 연초에 임원 인사를 했던 KEB하나은행은 오는 12월 말로 한 달 앞당겼다. 인사를 단행하면 당분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내년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일찌감치 연말에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은행 모두 장기 계획에 따라 조직 안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도 높지 않다. 특히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해 임원 3분의 2를 교체했다. 통상의 임원 임기를 고려하면 대부분 연임이 확실하다. KEB하나은행은 지성규 행장 취임 이후 이뤄지는 첫 번째 임원인사다. 2015~2016년 사이 선임된 일부 부행장급 임원 교체 관측이 나오지만, 우리은행과 같이 대부분 연임이 유력하다.
우리은행은 11월 말 임원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 새로 선임된 임원들이라 연임이 유력하지만, DLF 사태라는 변수를 만났다. 사진=우태윤 기자
그러나 두 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대규모 손실사태가 이번 인사의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2일 DLF 사태에 대한 합동검사를 마무리했다. 8월 말 착수한 합동검사는 두 차례나 연장돼 2개월간 진행됐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 DLF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가 최소 50%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1일 중간 결과 발표에선 의심 사례가 20% 정도였는데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간 결과 때는 서류상으로만 불완전 여부를 확인했지만 이후 현장 검사를 추가로 진행한 결과 은행 내규 위반 등이 발견돼 불완전 판매 의심 사례가 더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 내부 검사를 통해 의심 사례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두 은행에 대한 징계 범위와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아직까지 임원에 대한 징계 여부나 수위는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선 임원 중징계를 예상한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이 각각 다른 공식 석상에서 일찌감치 이를 시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이 있는데 꼬리 자르듯 밑에 사람만 책임지면 억울한 일이다”라며 “(DLF 판매가) 경영진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KPI(핵심성과지표) 때문에 직원이 적극적으로 한 것인지 그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같은 달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LF 사태는 일선 창구 직원이나 실무자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은행장이나 임원도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는 이학영 의원의 질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선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과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피해자가 다수고, 은행 내부 여러 부서와 적지 않은 담당자와 책임자가 연루됐다”며 “징계가 이뤄진다면 대규모로,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원 중징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면서 계획하고 있는 인사 시점에도 시선이 모인다. 금융권 징계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는데, 각 단계마다 심사 등이 열리는 만큼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징계 윤곽은 우리-하나은행이 계획하고 있는 인사 시점이 지나서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문책경고·정직·해임권고 등 중징계는 사실상 금융권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다. 인사를 미리 단행한 상황에서 만약 대규모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조직 재정비라는 인사 목적과 달리 오히려 혼란이 커질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금감원 검사 직전 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책임 추궁이 이뤄지면 징계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고성준 기자
여기에 KEB하나은행의 경우, DLF 관련 자료 삭제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은행 안팎에서 이뤄지면 징계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앞서 하나은행은 금감원 검사 직전 DLF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포렌식으로 복구된 자료에는 DLF 실태 조사와 손해배상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직접 자료 삭제를 지시했거나 묵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책임자 지위에 있는 임원들도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인적 제재와 별개로 기관 제재도 거론되고 있다. 역시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된다. 두 은행은 DLF 불완전 판매와 부실한 사후관리 등 내부통제 문제뿐 아니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포착됐다. 이들은 DLF 판매에서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자다. 이 경우엔 우리은행의 타격이 크다. 기관경고는 3년 이내에 3번 이상 받으면 영업정지 조치까지 받을 수 있는데,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9월 4만여 건의 고액현금거래를 제때 보고하지 않은 이유로 기관경고를 한 차례 받았다.
두 은행은 공통적으로 “현재 인사를 공식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최근 해외 금리가 반등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마이너스(-) 0.7%대로 떨어졌던 독일 금리가 최근 -0.28%대까지 올랐다. 만기가 남은 상품들은 손실을 만회하고 일부는 수익도 냈다. 독일 금리와 연계한 DLF 상품은 우리은행이 가장 많이 팔았다. 미국과 영국채권 금리도 올라 이와 연계한 KEB하나은행 DLF도 수익률이 정상 구간에 오르고 있다.
다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월 11일 “(DLF 수익률 회복과는) 무관하게 제재나 분쟁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뤄진 금감원의 합동조사 등은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현재 수익률은 시장 상황이 변동한 데 따른 결과일 뿐이라 제재 방침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DLF를 중심으로 한 사모펀드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는다. 다만 금감원은 DLF 합동검사 최종 결과 발표나 은행 제재와 관련한 발표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제재는 금감원을 거쳐 금융위원회까지 올라가야 하고, 분쟁조정 등은 개별 사건별로 각각 진행되는 만큼 일괄적으로 결과를 내놓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