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소아성애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영상이 활개치고 있다. 최근 아동 불법촬영물, 고문영상 등 각종 불법 영상이 공유되는 ‘정보공유방’의 실체가 드러났다. 수천 명이 모여 불법 영상은 물론이고 마약 정보까지 공유해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은 공유방 방장의 실체를 밝힌다며 남자 고등학생의 신상을 폭로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실제 유포자는 신상까지 털린 고등학생이 아닌 인근의 다른 학교 남자 고등학생으로 밝혀졌다. 불법 정보를 공유하는 채팅방은 이 밖에도 한둘이 아니다. 아동 성범죄 영상 공유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아동성범죄가 늘고 있어 수사당국의 처벌과 범죄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1세대부터 진화되어온 전자발찌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11월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아동포르노 공유방 방장 신상 저격’ 글이 올라왔다. 텔레그램에서 불법촬영물, 해외 음란물 등을 공유하는 링크(Link) 정보 공유방의 실체를 고발하는 글이다. 회원수가 9000여 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대화방이다. 이 방에서는 도박, 마약, 각종 음란동영상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가 공유됐다. 대화방에 직접 영상물을 공유하지 않고, 링크를 공유해 비밀방으로 타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정보 공유 채팅방은 각종 불법 성착취 영상과 불법사이트 등의 링크를 공유하는 허브 채널이었다. 이 방은 수시로 개설과 폭파를 반복하며 수개월 동안 이어졌다. ‘야동, 합성, 마약, 도박, 고어, 로리, 아동물’ 등 대화 참여자가 원하는 키워드 별 링크가 공유됐다. 이 방에서 공유된 링크는 1만 9000여 개에 달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불법촬영물까지 공유됐다는 점이다. 아동물과 관련된 방에서는 ‘서양로리, 서양로리 수간, 서양로리 오빠랑’ 등 아동 성범죄물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롤리타 콤플렉스에서 온 로리란 단어는 소아성애를 뜻한다. 아동 성범죄물은 성인음란물에 비해 구하기가 어려워 음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방에는 마약 판매정보도 있었다. 텔레그램에서 활동하는 한 마약판매상이 ‘떨(대마), 케타민, LSD(환각제), 캔디(엑스터시), 아이스(필로폰)’ 등 마약 종류 대부분을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품목별 그램당 가격까지 공지됐다. 채널 링크를 공유해 마약 구매방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정보 공유방은 여러 명의 관리자가 공동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베 한 회원은 정보 공유방 방장 가운데 한 명이라며 인천의 한 고등학생 A 군을 특정했다. IP주소를 추적한 결과와 온라인 기록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학교, 학년과 반, 이름까지 신상이 모조리 공개됐다. 해당 게시물은 큰 화제를 모았다. 그 학생의 SNS를 통해 친구들의 신상도 공개됐다.
경찰은 즉각 내사에 돌입해 하루 만에 실제 유포자를 잡았다. 잡고 보니 공유방 방장은 일베가 특정한 A 군과 같은 지역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B 군으로 드러났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A 군은 계정을 도용당했다며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공유방 운영자로 지목된 고교생은 실제 운영자가 아니다. 현재 실제 유포자를 검거해 휴대폰을 임의제출 받았다”며 “무고한 학생을 특정해 일베에 올린 게시자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누가 어떤 이유로 A 군을 지목해 신상을 폭로했는지, B 군이 A 군을 사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 군은 이번 정보 공유방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B 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텔레그램을 이용하면 불법을 저질러도 붙잡히지 않는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 분위기가 더욱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잡을 테면 잡아봐!
방장이 잡히자 채팅방에 참여했던 사람들까지 수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온라인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다양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영상을 다운받지 않고 스트리밍만 해도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지, 아동 성범죄물을 보기만 해도 처벌을 받게 되는지 등이 주된 관심사다.
현재 이 공유방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비밀 채팅방은 여전히 존재한다. 4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다른 정보 공유방에서는 방장이 붙잡힌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활동이 잠잠했을 뿐 ‘수간, 노예, 대포 온라인 아이디 판매, 코인 환전 세탁’ 등의 불법적인 내용이 여전히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주로 불법촬영물을 구하고 있었다. 10세 미만의 아동이나 6세 미만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을 구하는 글도 다수 발견된다. “토들러(2~6세)물 구합니다”, “형님 로리 영상 언제 주시나요” 등과 같이 노골적으로 아동 성착취물을 구하는 대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경찰은 정보 공유방에서 마약 거래가 이뤄진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앞서 언급한 마약거래상은 수사가 진행 중인 11월 12일에도 마약 판매 관련 홍보 글을 게시했다.
유포자와 공유자는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해외 SNS인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믿기 때문이다. 굳이 별도의 보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텔레그램을 이용하면 붙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SNS로 불법 정보를 유통할 경우 텔레그램 측과 협조만 이뤄지면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정보 공유방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에 대해 경찰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