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소속이나 신당 창당 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홍 전 대표는 10월 29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에 총선이 있으니 장내로 들어가 마지막으로 내 인생을 정리하는 정치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셈이다. 홍 전 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구로는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둥지를 틀고 있는 밀양·의령·함안·창녕과 여영국 정의당 의원의 창원 성산이다.
엄용수 의원실은 홍 전 대표 출마설에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영국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 전 대표가 (창원) 성산구로 주소를 옮겼다는 소문이 있다. 출마하실 거면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말고 출마하라”고 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창원 성산 출마설은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당 내에선 홍 전 대표의 영남권 지역구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는 중진들의 용퇴론 또는 험지 출마론과 맞물리며 거센 비판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사석에서 만난 한 한국당 의원은 “나오는 것은 본인 자유겠지만 당에서 공천을 주기는 하겠느냐”라고 반문하며 당 분위기를 전했다.
홍 전 대표는 11월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는 15대 총선에서 우리 당이 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송파 갑 지역에 출마했고, (이후엔) 강북 험지인 동대문에서 내리 3선을 했다”면서 “나는 지난 24년 동안 대여 저격수로 활동했고, 험지에서 정치를 했다. 그러면서 당에 무한 헌신했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험지 출마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읽혔다.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것 역시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설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라면서 “홍 전 대표는 ‘독불장군’ 이미지가 강하다. 또 당내 세력은 별로 없다. 홍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 타이틀을 달고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자유한국당 관계자도 “홍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다면 본인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홍 전 대표의 행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진=이종현 기자
정가 일각에선 홍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향후 벌어질 보수 정계개편의 한 축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홍 전 대표가 향후 목소리를 내고, 지분을 갖기 위해선 무소속 신분보다는 당을 만드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당 대 당 통합을 노릴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이른바 ‘홍준표 신당’을 접한 이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앞서의 한국당 의원은 “잘해야 영남당밖에 더 되겠느냐”라고 평가절하했다. 한 자유한국당 당직자도 “홍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했을 때 그 파급력이 클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다른 당직자도 “홍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이끌어갈 때 당내 잡음이 많았다.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홍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했을 때 이전과 전혀 다른 리더십을 선보일 것이란 기대를 품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자신을 둘러싸고 여러 소문이 나돌자 홍 전 대표는 11월 1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는 21대 총선을 보고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2022년 대선 승리에 역할을 하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고, 출마 지역도 그것(대선 승리)를 기준으로 내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내 거취를 두고 당에서 왈가왈부하지 말라. 언제나 내가 할 일은 내가 알아서 해왔다. 더 이상 특정 세력의 이용물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2022년 정권교체를 위해서 마지막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