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제. 사진=임준선 기자·금호석유화학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인수가 6조 4000억 원), 2008년 대한통운(4조 1000억 원)에 인수하며 재계순위 7위로 ‘10대 그룹’ 반열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때부터 금호그룹의 쇠락이 시작됐다.
특히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2009년 이른바 ‘금호가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동생 박찬구 회장이 형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던 것. 박찬구 회장의 우려대로 금호그룹은 이듬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일을 계기로 두 형제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결별하게 됐다.
박삼구 전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금호타이어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떠나보내면서, 이제 사실상 그룹 내에 금호산업과 금호고속만 남게 됐다. 사세의 급격한 축소로 재계 순위도 현재 28위에서 60위 밖으로 밀려나, 이제 중견기업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반면 박찬구 회장은 평소 내실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 왔다. 재무 건전성에 중점을 두며 최근 업황 부진 속에서도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 5조 5849억 원, 영업이익 5546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계순위 55위를 유지했다.
두 형제의 ‘극과 극’ 경영 스타일이 분리경영을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재계 순위가 뒤바뀌는 운명을 맞게 한 것이다. 현재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전혀 교류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형제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재계 한 관계자는 “제사 때도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게 피할 정도다”고 전했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지분 11.12%(2459만 3400주)를 보유해 금호산업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협상에 들어가게 되면서 금호석화의 지분 매각 및 신주발행 유상증자 참여 움직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주식과 관련해 전혀 고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