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서울 용산구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지난 7일 본입찰 마감 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1~2주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됐지만, 닷새 만인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했다. 입찰가가 크게 벌어지면서 고민할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애경과 현산 양측이 제시한 금액 차가 워낙 커 일찍 승부가 갈렸다고 평가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HDC그룹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 시너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사업다각화’와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지만 이면에서는 현재 사업이 침체된 HDC의 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산의 지난 3분기 매출은 8714억 원, 영업이익 937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7.2%, 영업이익은 21.1%가 감소한 수치다. 현산의 주요 사업을 보면 건설과 부동산사업, 유통과 면세점 등에 치우쳐 있다. 대부분 현재 업황이 좋은 않은 상태다.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와 정부 정책·규제로 건설사업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그룹의 외연 확장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애경보다 1조 원가량 많은 2조 4000억 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열망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현산은 ‘사업다각화’를 이유로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시아나항공의 9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과도한 부채와 좋지 않은 재무구조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11조 원 중 자본 총계는 1조 4554억 원, 부채는 9조 5899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660%에 달한다. 또 올해 상반기까지 1169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다만 3분기에는 3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상황이 비록 심각하지만 인수 이후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채가 겉으로 볼 땐 상당하지만, 사실 비행기는 30년 리스로 구매하기 때문에 부채가 높게 잡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산이 입찰 참여의 뜻을 밝힌 데는 미래에셋대우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부채 등의 이유로 입찰에 부정적이었는데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입찰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산의 과감한 베팅 배경에는 ‘금호그룹과 결별’을 희망적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사실 아시아나항공은 좋은 기업인데 금호그룹이 한창 어려울 때 아시아나를 통해 유동성을 마련하고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아시아나의 돈줄을 활용한 측면이 있다”며 “금호그룹과 관계가 끊어지면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고정자산은 금호그룹과 굉장히 큰 관련이 있다”며 “만약 금호그룹과 연관돼 있던 부채들을 제한 뒤에도 부채비율이 높다면, 그때는 인수하는 기업인 현산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 후 현산의 짐이 그리 무겁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지용 교수는 “현산이 인수 후 차입금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면 부채의 질이 좋아질 것이며, 이를 통해 자금 조달 비용도 저렴해질 것”이라며 “재무적 투자자인 미래에셋대우가 지원을 계속 한다면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협상이 틀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산 주주들은 구주 가격을 낮게 협상하라는 입장이며, 금호 쪽은 이런 기류를 불편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협상이 불발되고 입찰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인수 후보들에는 더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매각 실패 시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에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 바뀌며, 주식처분대리권 조항을 통해 구주 가격을 결정해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교수는 “결국 이번 협상은 가격과 관련한 금호의 협상 태도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