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골프 라운딩 중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의 등장에 놀라는 전두환 씨. 사진=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제공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전 씨의 골프 라운딩 모습이 11월 7일 오전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포착됐다. JTBC는 이날 저녁 ‘뉴스룸’에서 전 씨가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도했다. 서대문구 구의원인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쪽 인사가 촬영해 JTBC에 넘긴 영상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임한솔 부대표의 질문에 전두환 씨는 강하게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기도 했다. 사진=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제공
이 영상에서 전 씨는 불편한 기색 없이 골프채를 휘둘렀다. 임 부대표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묻자 전 씨는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나는”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이 사람아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도 않았는데 군에서 명령권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명령을 해?”라고 말했다. 전 씨는 미납한 1020억 원가량의 추징금과 관련, 임 부대표에게 “자네가 돈을 좀 내주라”고 했다.
어프로치 샷을 하는 전두환 씨의 연속동작. 사진=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제공
또한 “골프장 캐디들도 본인들은 가끔 타수를 까먹거나 계산을 실수하는데 전 씨가 아주 또렷이 계산하는 것을 보면서 치매가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전 씨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이튿날 광주에서 열린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관련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예전부터 했던 운동이라면 알츠하이머 초기에도 계속 할 순 있다. 알츠하이머는 점점 퇴행하는 병이라 이제껏 해온 운동을 계속 하면 진행이 더뎌지긴 한다. 그런 이유로 병원은 해온 운동이 있다면 꾸준히 하라고 권한다. 스윙이나 스트로크는 기계적이라 알츠하이머 환자에게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전 씨가 보여준 증세를 간접적으로 종합하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 씨에게 관찰된 증세를 종합했을 때 골프 치는 과정에서 이미 친 걸 잊는다든가 하는 반응이 있었다면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타수 계산도 잘했다는 캐디의 말이 사실이라면 매우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2017년 10월 전 씨가 치매에 걸렸다는 복수의 제5공화국 신군부 인사 증언이 나온 바 있었다. 당시 전 씨 자택을 방문했던 한 신군부 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며 “건망증으로 넘길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라고 짧게 일렀다(관련기사 [단독] 신군부 인사 “전두환 전 대통령 치매 걸렸다”).
또 다른 인사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대화 도중 ‘지금은 어디 살고 있느냐’고 묻길래 대답했는데 대화를 나누는 짧은 시간 동안 4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다. 단순한 기억력 문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전 씨는 이 인사의 집을 과거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알츠하이머는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가벼운 인지장애부터 시작된다. 전 씨의 인지장애는 2013년 이미 관측된 적이 있다. 2013년 7월 있었던 전 씨 자택 압수수색 뒤 그의 한 측근은 “모든 것을 잊고 싶은지 자신의 연희동 집이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의 치매 증상 때문에 실제로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 씨 차남 재용 씨는 그해 같은 달 형 재국 씨와 누나 효선 씨, 외삼촌 이창석 씨 등과 함께 한 법조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아버님은 지난번 압수수색 당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금방 잊어버린다”고 말한 바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