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굳이 왜 이런 모양일까. 언뜻 생각하면 불필요하게 벽돌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긴 구간에 벽돌로 곧게 담을 쌓기 위해서는 몇 미터마다 넓은 디딤돌이나 지지대를 설치하는 등 버팀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벽을 곡선형으로 만들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불구불한 형태로 담을 쌓을 경우에는 비록 벽돌 하나의 두께로 쌓더라도 버팀대 없이 세울 수 있다.
이 지역에 이런 구불구불한 형태의 벽이 처음 세워진 것은 17세기였다. 무엇보다 물결 모양의 높은 벽들은 지면이 눅눅하고 축축하고 불안정한 이스트 앵글리아 지역에 적합했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을 피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특히 과일나무를 재배하는 데 이상적이었으며, 대부분은 벽돌 50개 정도를 쌓아올린 높이로 세워졌다.
이런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 이 지역의 많은 정원 울타리는 남쪽을 향하도록 물결치는 형태로 세워졌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출처 ‘어뮤징 플래닛’.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