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SNS를 통해 ‘조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던 조 전 장관은 미리 준비한 대로 검찰의 조사에 진술 거부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검찰이 겨눈 혐의는 크게 4가지. 하지만 이미 추가 기소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소장에 11번 등장하며, 정 교수의 14가지 혐의 가운데 4가지에 관여자로 이름이 명시됐던 조국 전 장관이다.
자연스레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각’이 나왔을 때 따라올 정치권의 비판은 부담스럽다. 검찰 내에서는 14일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곧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지만 “세월호 재수사로 청구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영장 청구 필요성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박정훈 기자
#자녀 입시, 사모펀드 의혹 ‘증거’ 자신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의혹은 크게 네 갈래다. △자녀들 입시 비리 의혹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웅동학원 허위 소송 관여 의혹 △부인 정경심 교수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이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법대 교수 재직 당시 자녀들에게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품앗이 인턴 의혹 등 이미 충분한 입증이 이뤄졌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이 밖에 부인 정경심 교수가 차명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2차 전지 업체 WFM(더블유에프엠)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 공직자 윤리법 위반이나 뇌물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이를 입증한 진술 증거 및 상황 자료도 치밀하게 모았다.
특히 정 교수가 WFM 주식을 매입한 날 조 전 장관이 청와대 근처 ATM(현금입출금기)에서 정 교수에게 수천만 원을 송금한 정황은 고스란히 기록에 남아 있어 이에 대한 조국 전 장관 측의 해명도 필요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정 교수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및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지인’을 통한 차명 투자를 수백 차례 한 정황을 알고 있었다면, 조국 전 장관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오르자 단골 미용실 직원 등 지인 세 명의 명의를 빌려 800여 회에 걸쳐 주식을 거래했다. 여기에선 시점과 투자 방식에 대해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의 ‘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공직자윤리법 관련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진=고성준 기자
웅동학원을 상대로 한 동생의 허위 소송 제기 당시 조 전 장관이 학원 이사로 재직했던 만큼 조 전 장관이 소송에 관여했는지 등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증거인멸 교사 정황에 관여했거나, 지시한 게 확인되면 역시 기소할 여지가 크다. “PC 하드 교체 당시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조국 전 장관이) 얘기했다”는 진술도 이미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로부터 나온 만큼, 구체적으로 증거 인멸을 알고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앞선 11월 11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증거 인멸 등 14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검찰은 조국 전 장관 소환을 앞두고 흐름을 재정비했다. 정 교수의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을 공범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여러 의혹에 ‘아버지’이자 ‘남편’인 조국 전 장관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진술 거부로 맞선 조국 전 장관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수사 불응 카드를 선택한 정경심 동양대 교수처럼, 진술 거부로 맞섰다. 구속 이후에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대부분의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조사를 거부했던 정경심 교수. 남편인 조 전 장관 역시 ‘소환’만 응했을 뿐 진술은 거부했다. 검찰의 피의자 신문에 진술 거부권을 활용한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밝힌 심경.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정경심 교수 소환 불응 때부터 이미 ‘예측됐다’는 평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원래 정경심 교수 추가 기소 전 조국 전 장관 조사가 필요했는데 정 교수가 소환에 불응하자, ‘조국 전 장관도 알았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노출하지 않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과 함께 조국 전 장관도 수사에 비협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조사할 내용이 많은 만큼 수차례 더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조 전 장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출석 횟수를 줄이고 대신 신병처리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구속영장 청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빨라졌다는 얘기다.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일단 중론이다.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전략적 판단일 뿐, 진술까지 거부하는 상황에 남은 것은 영장 청구로 ‘수사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라는 추론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경심 교수도 이런 부분을 물어볼 것으로 알고 소환에 응하지 않았겠지만, 범행 모의정황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추론으로 입증할 수 있다”며 “소환 조사를 통해 ‘반응’을 떠보려고 했겠지만, 이를 진술 거부권으로 대응했다면 남은 것은 영장 청구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검찰청 내부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이미 시작할 때부터 조국 전 장관까지 영장을 청구하는 그림으로 시작한 수사”라며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어설프게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기각되더라도 ‘죄가 중하다고 봤다’는 검찰의 판단이 옳았음을 알리기에 영장 청구가 더 검찰 수사 개시에 명분을 더한다”고 귀띔했다.
#검찰, 추가 수사로 전선 확대하나
한편 검찰은 11월 12일 조 전 장관의 가족펀드 연루 의혹을 받는 상상인그룹 계열사인 상상인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전선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종오)는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상상인저축은행 본사와 관계자 사무실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각종 금융 자료를 확보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과도 관련이 있다.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총괄대표를 지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와 코링크PE가 인수한 WFM의 수상한 자금거래 정황 배후이기 때문. 상상인저축은행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대출”이라고 해명하지만, WFM 배후에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있었다는 점을 알고 이뤄진 거래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사 주체가 조국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아니지만, 수사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합류돼도 이상하지 않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조국 전 장관 소환 때 진술 거부권 및 태도 등을 종합해 자료를 대검에 올리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물론 수사 확대 여부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