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내에선 나경원 원내대표 유임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기류가 강하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에 도전할 의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4선 중진인 유기준 의원도 그중 한 명이다. 유 의원을 만나 한국당 총선 전략 및 보수 통합 논의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4선 중진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박은숙 기자
―제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사다난했던 20대 국회를 돌이켜보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국회가 제 역할을 했는지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달 남지 않은 임기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을 두고 전운까지 감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적폐몰이에 매몰돼 생산적인 입법 및 정책수립 활동에 임하기 어려웠고, 불필요한 정쟁과 불협화음으로 경제 외교 안보에 큰 공백을 초래했다고 평가한다.”
―패스트트랙을 두고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것 같다.
“20대 국회에선 정치가 실종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무조건 폭압과 일방적인 숫자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당은 공수처를 막아내기 위해서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공수처 불가론에 대한 야당과의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며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들과 접촉해 최선을 다해 설득에 나서고 있다. 검찰개혁이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 생활에 대단히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다. 표결보다는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 합의가 불발돼 민주당과 야4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처리에 나선다면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 필리버스터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총선이 약 5개월 남았다. ‘한국당 이대로는 어렵다’는 말이 많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처리에 따라 향후 판세가 달라질 수 있어 섣부른 전망은 무의미 하다고 본다. 정부와 여당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 열망을 담아내는 게 우리 당의 과제다. 그런데 한국당이 반대급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 신뢰를 찾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급선무다. 당에서도 총선기획단을 구성하며 혁신안을 마련하고 인재영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당 내부에서도 총선 승리 위해서는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당 개혁과 쇄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유기준 의원은 보수 통합이 총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변수라고 봤다. 사진=박은숙 기자
―보수통합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
“총선 일정이 많이 남지 않아 더 이상 논의를 늦출 수는 없다. 통합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본다. 지난 20대 총선 이후 탄핵으로 흩어졌는데 원래 함께 있었던 모습대로 모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보수통합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각 세력이 ‘반문’이라는 대의에 동참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대의에 멀어지는 세력은 사멸할 것이다. 또한 보수통합을 바라는 시민사회까지 논의의 폭을 넓혀 접근해야 한다. 여러 걸림돌이 있겠지만 진심을 가지고 논의를 이끌어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통합을 추진하는 황교안 대표 리더십을 두고 부정적 평가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함께 내각에서 같이 일을 했다. 황교안 대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소유자로 오랫동안 공직에서 역할을 했다. 또한 보수진영에서 중요시하는 안정감이 있고, 노력형 리더십이다. 내년 총선에서 성과를 보일 경우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한국당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은 지지부진한데.
“불출마 선언을 촉구하는 발표는 나오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이 제기한 중진 용퇴론과 험지출마에 대해서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옳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의견은 다른 의원들과 의논을 통해 주장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가 빠져 있어 아쉽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느 지역, 몇 선 등 인위적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중진 중에도 우리 당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유기준 의원은 나 원내대표 교체가 순리라고 이야기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앞서 말한 것처럼 자유우파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 승리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보수대통합이 시급하다. 또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다시 지지를 회복하려면 문재인 정부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한국당이 민생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정부 실정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조국 사태로 공정과 혁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기 때문에 적합한 인물을 적극 발굴하는 인재 영입을 통한 외연확대도 필요하다.”
―나경원 원내대표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나 원내대표의 공천 가산점 발언이나 조국 사태 관련 당내 포상과 같은 행보를 두고 당내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예산안 심사 등을 처리하며 원내대표 자리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 임기는 12월 10일이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순리다. 불필요한 재신임 논란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당 원내지도부를 다시 선출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 자체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재신임 투표보다는 새로운 지도부 선출이 여러모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원내대표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풍부한 의정활동 경험과 경륜을 가진 중진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내게 역할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고 당의 중진으로서 그간 쌓아 왔던 행정경험과 의정활동 노하우를 정부와 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막아내고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데 모두 쏟아 부을 생각이다.”
―원내대표 출마시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권성동 주광덕 의원이 거론되는데.
“정책위의장 후보는 결정된 바 없다. 아직 원내대표 선거 일정도 나오지 않았는데 너무 이른 얘기 같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