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얘기지만 상품은 시장이 있어야 존재한다. 에로비디오와 연예인 누드는 모두 유통시장의 몰락이 쇠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제 웹하드와 VOD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에로비디오는 조금씩 부활의 몸짓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더 큰 폭발력을 가진 연예인 누드는 여전히 잊힌 존재다. 과연 연예인 누드도 부활이 가능할까.
2002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해 엄청난 화제를 양산하며 2003년 연예인 누드 전성기를 불러온 성현아 누드. 사진=일요신문DB
2002년 연말 성현아를 시작으로 김지현 하리수 권민중 김완선 이혜영 이지현 이주현 황혜영 곽진영 등 수많은 스타들이 연예인 누드 시장의 전성기를 주도했다. 고소영도 세미누드집을 냈고 이승연은 누드 프로젝트 진행 도중 위안부 테마 논란에 휘말려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렇게 2003년을 뜨겁게 달군 연예인 누드는 2004년 초 이승연 위안부 테마 누드 논란을 계기로 기세가 꺾였고 이후 서서히 몰락했다.
그렇다고 연예인 누드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스타급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유명세를 가진 여자 연예인의 누드가 나온다면 충분한 상품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시장이다.
소각되는 이승연 누드 1차 촬영분과 동영상 필름. 이승연의 위안부 테마 누드 프로젝트는 엄청난 논란을 야기하며 중단됐고 이 사건은 연예인 누드 열풍이 사그라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진=임준선 기자
2007년 ‘19플러스’라는 모바일 남성포털을 통해 심은진의 세미 누드가 공개되며 잠시 부활의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무선망 개방에 따라 이동통신사와 관계없이 서비스가 가능한 모바일 기반 성인 콘텐츠 플랫폼의 등장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렇지만 이런 시도가 별다른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채 실패하면서 연예인 누드는 더 이상 서비스되지 못했다.
2003년 연예인 누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까닭은 모바일 서비스의 특성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손쉽게 결제할 수 있고 휴대폰으로 바로 볼 수 있다는 편리성이 매력이었다. 연예인 입장에선 자신의 누드 사진이 마구잡이로 유포되지 않는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었다. 성현아 누드는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함께 서비스됐다. 그렇지만 성현아의 누드를 서비스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해킹당해 누드 사진이 대거 유포됐다.
반면 모바일 누드 콘텐츠는 오직 휴대폰에서 이동통신사 성인 서비스에 접속해서만 볼 수 있어 무단으로 유포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모바일 성인 서비스는 자신의 누드 사진이 여기저기 무단으로 유포될 위험성이 적고 그만큼 수익은 증대되는 터라 누드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여자 연예인이 많았다. 당시 여자 연예인들은 2억~5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고 전체 수익의 10~50%의 러닝개런티도 받았다.
웹하드 시장과 VOD 시장의 활성화로 에로비디오 등 각종 성인 콘텐츠 유통망이 크게 개선됐지만 연예인 누드는 여전히 부활이 요원해 보인다. 웹하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 여전히 불법 복제 등을 통해 무단 유포될 위험성이 크다. PC에서는 볼 수 없고 오직 휴대폰으로만 볼 수 있던 당시 이동통신사 모바일 성인 서비스의 폐쇄성이 누드 화보에 임하는 여자 연예인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이제 그런 폐쇄성이 없다. 게다가 당시 휴대폰과 달리 요즘 스마트폰 역시 PC만큼 개방적이다.
물론 대대적인 투자가 있다면 여전히 누드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자 연예인이 있을 수 있다. 보안성을 높인 모바일 성인 앱을 통해 연예인 누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상당한 수준의 계약금을 제시한다면 또 다시 모바일 연예인 누드 시장이 열릴 수는 있다. 그렇지만 성인 콘텐츠 업계에선 이런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한 성인 콘텐츠 제작업체 관계자는 “과거 2억~5억 원의 계약금이 지급되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투자금이 회수될 만큼의 시장이 보장돼야 하는데 요즘 환경에선 쉽지 않다. 과거에는 이동통신사 세 곳이 모바일 성인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경쟁하는 구도”라며 “게다가 당시에 비해 여자 연예인들의 누드 계약금 수준은 훨씬 더 올랐다. 대대적인 투자를 할 자금이 존재할지라도 수익성이 전혀 보장되지 못한 상황에서 연예인 누드는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누드 화보 촬영 현장. 사진=임준선 기자
연예계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과거 누드 화보를 찍은 여자 연예인과 함께 근무했으며 현재도 중견 연예기획사에서 임원으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요즘 여자 연예인들은 누드는커녕 노출이 있다면 유명 감독의 영화도 피하는 경향이 짙다”라며 “게다가 과거 연예인 화보를 찍었던 여자 연예인들이 당시를 후회하는 발언을 많이 하곤 해 후배 여자 연예인들도 보고 들은 게 많아 아무리 거액을 제시해도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