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에 스타필드 입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가 엘시티에 스타필드를 입점하면 그간 유통라이벌 롯데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동부산권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부산지역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엘시티 사업자인 엘시티PFV는 지난 10월 신세계그룹의 신세계프라퍼티와 상업시설에 대한 위탁운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MOU 체결에 따라 신세계는 엘시티 1층~3층에 위치한 상업시설 포디움의 위탁운영을 맡아 스타필드 시티를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엘시티 포디움의 전용면적은 2만 8390㎡, 분양면적은 7만 3357㎡로 엘시티 개발사업 전체 면적의 11%가량을 차지한다.
신세계가 엘시티 입점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롯데그룹이 일찌감치 엘시티에 호텔을 입점키로 결정하면서 신세계 또한 엘시티 상업시설로 눈을 돌렸다는 관측이다. 롯데호텔은 2013년 엘시티PFV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6성급 호텔 론칭을 준비해왔다. 계약기간은 20년, 최소임대료는 최초 3년간 10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엘시티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5년 엘시티 내부 문건에서는 롯데호텔과 풀무원 자회사 이씨엠디, 무학 등이 엘시티 상업시설을 분양받을 계획인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동부산권에서 벌인 롯데와 신세계의 경쟁은 유통업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양사는 부산 기장군에 앞다퉈 아울렛을 열고 경쟁 중이다. 해운대구 센텀시티에는 바로 옆 부지에 나란히 백화점을 개점하고 접전을 벌였다. 특히 센텀시티의 경우 두 유통공룡의 피 튀기는 싸움에 ‘센텀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불리던 맞은편 벡스코 부대시설 부지는 주인을 찾지 못했을 정도다. 부산시는 해당 부지 매각을 시도했으나 다섯 차례 유찰 끝에 공공시설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가 엘시티에 입점하면 부산지역에만 두 번째 스타필드를 오픈하게 된다. 부산 서부권 명지국제신도시에 지난 10월 ‘스타필드 시티 명지’를 개장한 데 이어 동부산권에도 스타필드를 열게 되는 셈이다. 지역에서는 유통 라이벌 롯데와 경쟁하던 신세계가 엘시티 입점으로 동부산권은 물론, 부산 경남지역 유통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으로 관측한다.
더구나 신세계는 엘시티와의 계약에서도 유리한 상황이다. 앞서 엘시티PFV는 상업시설의 통매각을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 내부문건에 따르면 2015년경 엘시티는 상업시설 분양면적 27%에 대해 연간 최소임대료를 75억 원, 매각가를 1260억 원으로 측정한 바 있다. 이를 상업시설 전체로 계산해보면 대략 연간 임대료는 280억 원, 매각가는 4700억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엘시티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이미지가 추락한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엘시티PFV 측이 통매각보다는 위탁운영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측은 엘시티 입점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신세계 관계자는 “롯데와의 경쟁을 고려했다거나 특별한 의도를 갖고 엘시티 입점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며 “스타필드 시티 명지의 경우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던 부지였고, 엘시티 부지 또한 동부산을 겨냥해 일부러 찾은 것이 아니라 좋은 부지가 나온 기회라 검토를 진행 중인 것”이라고 전했다. 또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엘시티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2009년 2월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왼쪽건물) 오픈을 앞두고 경쟁사인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이 신세계 백화점 오픈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건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엘시티 개발사업은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드러났고, 국정농단 사태와도 궤를 같이 하는 등 각종 비리로 얼룩졌지만 특별검사제 도입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8월 이영복 엘시티 회장이 징역 6년 형을 받고 국정농단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엘시티 판도라 상자는 끝내 열리지 않은 셈이다. 다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엘시티 관련 문제가 다수 지적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현재 시민중심도시개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엘시티의 문제점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5월과 9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증인진술 및 조사를 위한 회의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지역에 기여하기 위한 핵심 관광시설이 빠진 채 준공허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엘시티는 사업협약서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연면적의 9.1%를 관광시설과 콘셉트시설로 개발해야 하지만, 준공허가가 다가오는 시점에도 구체적인 관광·콘셉트시설 도입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엘시티PFV 측은 10월 21일 열린 특별위원회에서 엘시티에 도입될 주요 관광·콘셉트시설을 설명하고 내년 6월 완공을 통해 부산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영복 엘시티 회장과 관련한 의혹도 여전하다. 검찰은 2월 이영복 회장과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는 이 회장에 대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허위 용역계약을 통해 7300억 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수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2015년 BNK부산은행이 이 회장에게 300억 원을 특혜 대출한 혐의로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을 기소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이 회장의 ‘황제접견’ 논란이 있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제인 가운데 일평균 변호인 접견이 가장 많았던 인물은 이영복 엘시티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30개월이 넘는 수감 기간 동안 1447회 접견을 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할 경우 하루 평균 2.1회 변호인을 접견했다. 채 의원은 “최근 법원에서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을 6개월간 500번 넘게 접견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며 “제도적으로 이러한 권리남용을 바로잡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수감 중에도 변호인들과 다수 접견하며 엘시티 실소유주로서 옥중경영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주식회사 엘시티 법인등기부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강 아무개 씨는 엘시티 재판 사건에서 이 회장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1심 재판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엘시티 지분 83%를 보유한 이젠위드의 실소유이자, 엘시티 실소유주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