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국내에서 1월에 개봉했던 1편과 달리 11월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겨울왕국2’의 시간적 배경은 가을이다. 비단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풍경 뿐 아니라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인생의 가을’에 서 있다. 생동감 넘치는 봄과 파릇파릇한 여름의 어린 시절을 거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가을의 한 가운데서, 목청 높여 ‘숨겨진 세상’을 외치는 엘사(이디나 멘젤 분)의 달라진 모습에 5년 전을 떠올리는 관객들은 가슴이 뭉클해질지 모른다.
영화는 캐릭터들의 또 다른 운명에 주목하고 있다. 아렌델의 여왕이 될 운명이었던 엘사, 언니를 보좌하고 운명의 남자를 만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이야기를 장식하게 될 안나(크리스틴 벨 분)가 어른으로 성장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미래를 그린다.
전편이 자신을 둘러싼 두려움과 편견을 깨트리는 기와 승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2편은 그 이후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과 결의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1편과 2편이 합쳐져 완벽한 하나의 ‘엘사와 안나의 연대기’를 완성해 낸 셈이다.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특히 ‘겨울왕국2’에서는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들의 변화에 맞춰 음악과 노래 역시 성숙한 분위기를 띤다는 것이 특징이다. 엘사의 테마곡 ‘숨겨진 세상’에 이어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조나단 그로프 분), 올라프(조시 게드 분)가 함께 부르는 ‘변치 않는 건(Some Things Never Change)’, 안나의 솔로곡 ‘해야 할 일(The Next Right Thing)’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개봉하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의 계절과도 맞춘 듯이 어울린다. 다만 ‘숨겨진 세상’은 2014년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렛 잇 고’만큼 어린 아이들에게 어필하기엔 조금 어려워 보인다. 일단 고음 파트가 ‘렛 잇 고’의 2단 고음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히 높다.
반면 엘사의 또 다른 테마곡 ‘보여줘(Show Yourself)’는 ‘싱어롱’으로 따라 하기는 어려워도 어린 친구들의 시선만큼은 완벽하게 강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편에서의 ‘렛 잇 고’가 노래 외에 엘사의 변신 장면으로도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이 노래 역시 엘사의 또 다른 변신을 더욱 거대한 스케일로 보여줘 관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흩날리는 얼음결정들과 그 사이를 뛰노는 정령들이 등장하는 이 장면을 완벽하게 느껴 보고 싶다면 3D나 4DX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성숙해진 캐릭터 가운데 가장 철학적으로 변한 올라프의 시도 때도 없는 선문답도 영화의 백미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여름에 하고 싶은 일을 천진난만하게 늘어놓던 전편의 ‘여름날(In Summer)’에 이어, 이번에도 경험해 보지 못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노래 ‘어른이 된다는 건(When I am older)’은 듣고 있는 어른도 울컥하게 만든다.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해가 되지 않는 모든 일과 실체가 없어 더욱 두려운 일은 내가 더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 되면 다 이해하게 될 것이고 ‘별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올라프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내린 답은 ‘겨울왕국2’를 기대한 ‘어른이 관객’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2편에 다다라 더욱 성숙해지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은 올라프가 펼치는 인생론은 테마곡 외에도 그의 대사 하나하나에 묻혀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올라프의 대사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처럼 두 번째 장까지 아우르는 ‘겨울왕국’은 남들과 다른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서 더 나아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억지로 다른 이들에게 맞추지 말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정한 미래에 갈채를 보내는 것이 곧 어른이 된다는 것이란 걸 보여준다. 아마 진짜 어른은 이해하지 못할 결정일 수도 있겠지만, 5년 전 엘사를 만났던 어린이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쳐 줄 것이다.
한편 영화 ‘겨울왕국2’는 어디선가 엘사(이디나 멘젤 분)를 부르는 의문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아렌델 왕국에 큰 위험이 닥치면서 엘사와 안나(크리스틴 벨 분), 크리스토프(조나단 그로프 분), 올라프(조시 게드 분)가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찾아 ‘마법의 숲’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전편에서 너무나 빨리 퇴장했던 엘사‧안나의 부모님인 아렌델 국왕 부부의 과거와 엘사가 지닌 마법의 힘의 비밀이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더해 1편에서는 ‘어른들의 사정상’ 아쉽게 솔로곡을 받지 못했던 크리스토프의 갑자기 터진 목청과 한풀이를 위한 노래방 화면도 놓칠 수 없는 명장면. 103분, 전체 관람가. 21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