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이야기-그곳에서: 167×92cm 장지에 채색 2016
미술이 존재하는 이유를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미술은 상상력을 키우거나 대중을 선동하기도 한다. 역사를 기록하거나 사람들을 일깨우는 교육적 역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종교적 상징으로 둔갑해 경배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도 미술을 통하면 수월하다. 또는 아이디어의 촉매제로 미술을 응용할 수도 있고, 집 안을 꾸미는 데 미술의 고품격 감각을 빌리기도 한다. 미술의 존재 가치를 빛나게 해주는 것으로는 진실을 보여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장식품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미술의 장식적 기능은 유효하다. 인간의 원초적 시각 욕구인 아름다움을 다독여 우리에게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수영장이야기-나에게로 가까이: 80x80cm 장지에 채색 2017
이런 기능에 가장 충실한 작가로는 오귀스트 르누아르를 꼽는다. 프랑스 인상주의 대표작가 르누아르는 ‘가장 아름답고 예쁜 그림의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에 대한 대중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오늘날에도.
그는 당대에도 인기 작가였다. 그것은 그가 색채 혁명으로 불리는 인상주의 작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색채주의자였다는 점, 유럽 근대화의 새로운 세력인 중산층의 일상과 그들의 긍정적인 정서를 이해하기 쉽게 담아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르누아르는 이처럼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행복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림이란 벽을 장식해야 한다. 그림이란 호감 가는 것,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담았기 때문에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작가로 살아 있는 셈이다.
박영희 작가의 그림을 보면 르누아르의 생각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그의 그림은 행복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특별한 설명이 없이도 보는 순간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림의 흡입력이 강하다.
하늘 담은 수영장: 60cmx80cm 장지에 채색 2018
박영희가 행복한 이미지로 등장시키는 것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나온다. 작가 자신이 중심이 되겠지만, 행복의 최소 단위인 가족의 공동 체험이 바탕이기에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보통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행복감은 휴가 같은 것에서 찾기가 쉽다. 작가도 그런 경험 속에서 수영장 주제를 찾았고, 수영장을 중심으로 작가는 행복한 기억을 그림에 담아냈다.
일상의 에피소드가 주요 내용이 되고 있지만, 행복의 이미지를 함축해 보여주는 것은 수영장에서 빛나는 햇빛과 물그림자,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다. 찬란한 햇빛으로 아른거리는 수영장과 물에 비친 하늘 영상을 배경으로 유려하게 수영하는 여인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우리에게 보편적 행복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