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대 1 다면기에 직접 출연한 프로기사 한태희. 일주일 넘게 촬영한 100 대 1 대국 장면은 대부분 편집되었다.
배우 정우성이 주연한 ‘신의 한 수’는 같은 해 7월에 개봉했다. 누적 관객 365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까지 성공했다. 올해 11월 개봉한 ‘신의 한 수: 귀수편’도 개봉 1주 차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찍고 100만 관객을 쉽게 돌파했다. 손익분기점(230만)은 거뜬히 넘을 전망이다.
‘신의 한 수’ 시리즈는 바둑이 중심축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바둑을 승부의 소재로 삼고 본질을 액션에 둔 영화다. 러닝타임 대부분 배우는 바둑을 두고 싸우거나 또는 두지 않고 싸운다. 사실 이 영화 액션장면과 CG(컴퓨터그래픽)는 정말 좋다. ‘액션 배우’ 권상우의 새로운 매력도 찾았다. 귀수편 골목길, 화장실, 용광로에서 보여준 컷은 굉장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신의 한 수’ 시리즈에서 바둑 디렉터를 맡았던 김선호 3단.
“바둑이 지닌 본연의 매력과 가치를 전하기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마저 무너뜨리는 장면 또한 하나둘이 아니다. 바둑판은 물론 바둑알까지 액션 보조도구로 사용한다. 바둑을 ‘신의 놀이터’가 아닌 ‘잡배들의 생지옥’으로 만들어버리는 설정이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꼭 그렇게 쌈박질만 해야 속이 후련했나.”
기자의 독설에 김선호는 이렇게 답했다.
“영화를 본 누구나 비난할 자격이 있다. 특히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이 보면 기분 나쁠 장면이 많다. 사실 영화를 촬영하며 이런 부분을 직접 대하며 가장 슬프고 마음 아팠던 사람이 바로 나다. 바둑을 아는 분은 이세돌-구리 10번기에서 느끼는 감동을 영화로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규모 제작사를 상대로 이런 바둑적 스토리만으론 설득이 어렵다. 내가 바둑인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알고 있더라도 현실을 벗어날 순 없다. 우선 상업적인 영화로 시작해서 점점 의미 있는 내용으로 진화해야 한다. 스크린에 자주 노출될수록 투자사가 바둑을 보는 가치가 달라진다. 지금 바둑을 즐기는 분은 소수다. 투자자는 다수가 즐기는 영화를 제작해야 투자금을 회수한다. 그래서 ‘신의 한 수’ 같은 작품이 계속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 바둑이 영화판에 통하는 소재로 계속 남아있어야 나중에 정말 바둑인이 원하는 영화도 기대할 수 있다.”
영화는 어둠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주인공 귀수는 어둠을 극복하고 맹기의 달인이 되었다.
김선호는 프로기사부터 시작해 사회에서 여러 일을 해봤지만, 옆에서 본 영화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라고 부연했다. 영화에서 복수하는 의미를 묻자 “최초 시나리오가 만들어진 게 5년 전이다. 특정 도장이나 최근 사건에 대한 의도는 전혀 없다. 귀수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불쌍한 존재다. 항상 빛을 못 보고 자랐다. 항상 자신을 공격하는 어둠을 벗어나려는 과정, 화장실 액션에 나오는 어둠과 빛도 이런 면을 상징한다. 여러 번 나오는 골목길 액션 장면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좁은 틈에서 시작해 귀수가 나오는 골목은 점점 넓어진다. 어둠에서 빛으로, 좁은 틈에서 넓어지는 길은 귀수의 인생을 표현한다”라고 설명했다.
어둠에서 큰 주인공은 이를 극복하고 맹기의 달인이 된다. 바둑영화도 이젠 어두운 내기도박판을 떠나 진정한 신의 한 수를 찾길 바란다. 최근 조훈현-이창호 사제 이야기를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한다. 상업영화라는 한계와 틀을 깨고 멋진 승부와 고아한 멋을 표현하는 영화도 한 편쯤 나오길 기대한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