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를 대표하는 여성 톱스타들이 등장하는 주류 광고 포스터들. 이제 곧 소주병에서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각 사 홈페이지
사실 요즘 주류 광고 포스터는 과거처럼 ‘야함’이 중심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섹시미가 부각된 포즈의 사진도 있지만 청순미나 발랄함, 그리고 건강함 등이 강조된 사진이 더 많다. 어느새 야한 주류 광고 포스터는 시대극에나 나오는 과거의 흔적이 돼 버렸다.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주류 회사의 야한 달력이 사라진 것이다. 사실 주류 회사의 야한 달력은 상당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신체 특정 부위가 노출된 누드 달력은 아니지만 세미 누드라고 하기엔 포즈가 상당히 자극적인 사진들이 많았다. 그 시절에는 당연히 여겨지던 달력이지만 요즘 기준에서 보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요즘엔 ‘야한 달력’이라는 표현보다는 ‘민망한 달력’이라고 불릴 정도다.
오랜 기간 주류회사 달력이 술집 벽에 붙어 있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부분 사라졌지만 여전히 몇몇 술집이나 호프집에서 그런 달력을 만날 수 있었다. 야한 달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제작 물량도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원하는 거래처가 있어 소량이나마 꾸준히 제작돼 온 것. 서서히 사라지는 문화가 된 뒤에는 이를 전문적으로 모으는 수집가들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런 달력이 2019년부터 아예 자취를 감췄다. 야한 사진 대신 음식이나 풍경 사진이 주류 회사 달력에 실리게 된 것. 이처럼 2019년부터 주류 회사의 야한 달력이 사라졌고 2020년부터는 이제 소주병의 연예인 사진도 사라질 듯하다.
그렇다고 야한 달력이 아예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누드 달력은 세계 각지에서 계속 제작되고 있으며 상당한 화제성을 발휘하곤 한다.
영국 워릭대학교 조정팀 학생들은 성소수자 인권보호 기금 마련을 위해 누드 달력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워릭 로워스(Warwick Rowers) 공식 홈페이지
누드 달력을 제작한 것은 영국 대학 수의학부들만의 일은 아니다. 영국의 명문 대학에서는 하나의 전통처럼 굳어져가고 있다. 2016년에는 영국 워릭대학교 조정팀 학생들이 성소수자 인권보호 기금 마련을 위해 제작한 누드 달력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었다. 이 달력의 수익금은 성소수자를 위한 스포츠 자선 단체 ‘스포츠 얼라이스(Sport Allies)’에 기부된다. 영국 워릭대학교 조정팀 누드 달력은 2017년에도 화제가 됐다. 이들의 2018년 누드 달력이 러시아 세관에서 반입 불허 판정을 받은 까닭에서다. 러시아의 ‘동성애 선전 금지법안’에 따른 조치였는데 유럽 사회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한동안 지속됐다.
2017년에는 케임브리지대학의 학생들이 제작한 누드 달력이 화제가 됐다. 케임브리지의 각 운동부 학생들이 대학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찍은 누드 사진을 담은 달력이 ‘케임브리지 블루스 캘린터 2017’이란 이름으로 판매된 것. 그 수익금은 난민을 돕는 ‘Help Refugees’와 치매를 연구하는 ‘Lewy Body Society’에 기부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는 여성 럭비팀 선수들이 누드 달력을 제작해 화제가 됐다. 누드로 럭비 경기를 하는 콘셉트로 촬영된 달력으로 역시 자선단체 기부를 위해 제작됐다.
2014년부터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제작해오고 있는 ‘몸짱소방관 달력’. 수익금은 의료취약계층인 중증화상환자들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 사진=GS샵에서 판매 중인 ‘2020년도 몸짱소방관 달력’
이처럼 누드 달력은 대부분 자선활동 차원에서 제작된다. 파라과이의 의용소방대 대원들 역시 누드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대원들의 근무여건 개선에 쓰인다. 파라과이 의용소방대는 교사, 기자, 배관공, 학생 등 다른 직업이 있는 이들이 소방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달력이 있다. 정식 명칭은 누드 달력이 아닌 ‘몸짱소방관 달력’이다. 이미 2014년부터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제작해오고 있는데 수익은 의료취약계층 중증화상환자들을 돕는 데 쓰인다. 2020년 몸짱소방관 달력에는 ‘몸짱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선정된 소방관 15명이 모델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