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배우 이영애. 사진=박정훈 기자
영화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헤매는 엄마 ‘정연’(이영애 분)이 아이를 봤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낯선 지역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한 여자가, 생의 단 하나의 희망으로 삼았던 마지막 지푸라기만큼은 놓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모습이 108분 동안 펼쳐진다.
극중 정연은 스크린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마주 보는 시선 속 프레임에서조차도 살짝 비껴나간 눈길을 던지는 그의 눈은 오직 잃어버린 아들 ‘윤수’에게만 고정돼 있다.
정연이 조금씩 스크린의 중앙과 그 밖의 관객들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의 분노가 폭발할 때 즈음이다. 아들을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또렷한 초점이 스크린을 채울 때,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 탓이다.
영화 ‘나를 찾아줘’ 포스터
영화의 모든 시선이 정연에게서 출발해 정연에게서 끝나는 것도 인상적이다. 일부 조연들의 시선으로 보이는 장면 몇 개를 제외한다면 극중에서 카메라의 앵글은 모두 정연의 주위를 맴돈다. 특히 아들의 행적을 좇아 낯선 곳에 당도한 정연의 불안한 심리 상태와 외지인을 배척하려 드는 지역 사람들의 날선 눈초리들이 섞여들면서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앵글의 변화를 눈 여겨 볼만하다.
이처럼 이영애라는 배우의 연기에는 단 한 자락의 처짐도 없지만 ‘스릴러’ 라는 장르 특성상 혼자서 극을 이끌어나기엔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주 약간 모자란 이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홍 경장’ 역의 유재명이다.
올해 상반기 개봉한 ‘악인전’ ‘비스트’에서 악역의 묵직한 아우라를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더욱 악랄해진 ‘시골 경찰’로 돌아와 정연과 대치한다. 유재명 특유의 유들유들한 말투가 폐쇄적이고 속물적인 홍 경장의 캐릭터와 맞물리면서 최후까지 일말의 동정심이 들지 않는 완벽한 악역을 만들어냈다.
배우 이영애, 유재명과 감독 김승우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나를 찾아줘’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특히 후반부에 정신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과 함께 휘몰아치는 정연과 홍 경장의 몸싸움은 관객들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 정도로 현실적인 ‘한국형 난투’를 보여준다. 두 명배우 모두 몸을 사리지 않고 서로에 대한 살의를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이 장면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다만 세세한 장면을 제외하고 이야기의 큰 줄기만 놓고 본다면 ‘나를 찾아줘’는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을 108분 동안 펼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 영화를 ‘엄마 히어로’ 장르로 취급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놓고 단숨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나를 찾아줘’는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은 감정과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19년 현재까지 매년 발생하는 실종 아동 문제와 아동 학대, 중앙의 눈길이 닿지 않는 ‘작은 사회’와 부패한 공권력. 사회를 향한 이런 메시지를 노골적인 방식으로 전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누군가에겐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대놓고 묻고 따져야지만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다. 영화는 우리가 그간 잊거나, 외면하거나, 알면서 조롱해 온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이 영화의 제목을 상기하게 되는 이유다
한편, 영화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아들 윤수를 잃어버린 정연(이영애 분)이 “아들과 닮은 아이를 봤다”는 의문의 전화를 받고 낯선 곳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어둡고 눅눅한 이야기’를 그린다. 정연의 등장에 경계하며 그의 수색을 방해하는 부패 경찰 홍 경장 역에 유재명이, 정연의 남편으로 함께 아들을 찾아 헤매는 남편 명국 역에 박해준이 열연을 펼친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