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회장은 지난해 11월 폭행 등 혐의로 구속 수감돼 현재 직접적인 회사 경영 참여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부인을 통해 옥중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지난 7월 양 회장의 두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이 아무개 씨는 한국미래기술 계열사인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선한아이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양 회장은 2014년 첫 번째 부인과 이혼했으며 첫 부인의 형부를 살해해달라고 청부한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7월 양진호 회장의 두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이 아무개 씨가 한국미래기술 계열사인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선한아이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18년 11월 양 회장이 경찰 조사 후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선한아이디는 각각 웹하드 사이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사이트는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며 성인 동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두 회사의 사무실은 경기도 성남시 한 건물에 있었지만 현재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해당 건물의 한 경비원은 “사건이 터진 후 처음에는 회사의 핵심부서가 빠져나가더니 나중에는 회사 전체가 이 건물에서 철수했다”고 전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 1월 경기도 화성시로 사무실을 옮겼다. 같은 시기 두 회사의 모회사인 한국인터넷기술원도 같은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이곳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 19일 취재팀이 한국인터넷기술원 사무실을 방문해보니 사무실 문 앞에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사무실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그들이 길을 막으며 제지했다. 그들은 “이곳에 기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며 “나중에 따로 인터뷰를 요청하든가 하고 일단 여기서 나가라”고 말했다. 전화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직원 입장에서 그런 세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사무실이 나뉘어 있어서 대표를 볼 일도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양진호 회장 측이 한국미래기술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또 있다. 한국미래기술의 다른 계열사 블루브릭은 양 회장의 동생 양 아무개 씨가 2016년 11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현재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양 회장 본인도 한국미래기술 사내이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동생 양 씨는 양 회장의 첫 번째 부인의 불륜 상대로 A 교수를 의심하면서 폭행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블루브릭의 지난해 매출은 2600만 원에 불과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도 확실치 않다.
뿐만 아니라 한국미래기술에서는 2019년에만 4명의 사내이사가 사임하는 등 이사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으며 양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아무개 씨가 지난 3월 한국인터넷기술원 대표에 취임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한국미래기술 대표에도 취임했다. 양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일부 직원들이 해고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국인터넷기술원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중앙회계법인은 감사의견을 통해 “실질적인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지배주주에 의한 내부통제 무력화 등으로 인해 회사 자산을 개인 용도로 이용하는 등 지배주주의 부정을 예방 또는 적발할 수 없었다”며 “이러한 내부통제의 취약성으로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대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선한아이디 대표로 취임한 양 회장의 부인 이 씨는 양 회장 소유의 성남시 집에 거주 중이다. 올 1월 국토교통부 공시지가 기준 11억 원에 달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등 고급차가 주차돼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지만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만나지 못했고, 쪽지를 남겼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선한아이디 대표로 취임한 이 씨는 양진호 회장 소유의 성남시 한 집(사진)에 거주 중이다. 사진=박형민 기자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월 7일 해당 집을 압류했다. 양 회장이 직원 명의를 거쳐 계열사 매각 비용을 빼돌리는 등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압류 3개월 후인 5월 7일 압류가 해제됐다가 같은 날 다시 압류됐고, 지난 7월 30일자로 압류가 해제됐다. 관할 세무서 관계자는 “개인정보인 관계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압류가 해제됐다는 것은 체납 세금을 납부했다는 뜻이며 해제됐다가 다시 압류된 건 체납 세금이 나중에 추가로 발견됐다는 것”이라며 “양 회장은 현재 구속 중이기에 회사 관계자나 가족이 대리로 납부해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진호 회장은 구속 1년이 넘었지만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양 회장의 구속 기한은 오는 12월 4일까지로 이때를 전후해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양 회장은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다. 회사 이사진에서 볼 수 있듯 석방 후 양 회장은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이미 마련한 상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