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캐릭터는 그 자체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이를 구현할 배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상의 배우를 찾아 캐스팅해야 하며 계약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판권 문제도 복잡하다. 아무리 인기 캐릭터일지라도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해당 캐릭터는 디즈니의 영화 세계를 떠나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 여러 명의 대표적인 배우들이 디즈니의 마블을 떠나면서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도 전설이 되고 말았다.
마블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직 페이즈4 라인업 영화들의 개봉 예정 일정까지만 등록돼 있다. 사진=마블 공식 홈페이지
최근 할리우드에선 2022년과 2023년 개봉 예정인 마블의 페이즈5 라인업을 두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아직 마블이 공식적으로 페이즈5에 대한 정보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이 앞다퉈 유력한 예정작들을 공개하고 있다.
#‘계약 만료자’ 가운데 살아 돌아온 크리스 헴스워스
마블의 페이즈1·2·3을 이끈 것은 역시 ‘어벤져스’의 주역들이다. 그 시작점인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필두로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 ‘헐크’ 마크 러팔로 등이 모두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끝으로 마블과의 계약이 종료됐다. 계약 만료에 맞춰 극중에서 죽는 것으로 처리된 캐릭터도 있고 늙어서 은퇴하는 설정의 캐릭터도 있었다. 그렇게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이 마블을 떠나게 됐다.
사진=‘토르:라그나로크’ 홍보 스틸 컷
그런데 이 가운데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는 마블과 다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토르’ 시리즈인 ‘토르:러브 앤 썬더’가 마블 페이즈4 라인업에 포함돼 2021년 11월에 개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엔드게임’ 개봉을 앞두고 크리스 헴스워스는 다소 엇갈리는 행보를 보였다. 어느 인터뷰에선 “내가 다시 토르를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또 다른 인터뷰에선 “마블과 계약은 종료되지만 다시 토르를 연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르:러브 앤 썬더’가 마블 페이즈4 라인업에 포함됐음에도 크리스 헴스워스의 출연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여자 토르 역할로 돌아온 나탈리 포트만이 주인공을 맡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궁금증은 지난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풀렸다. 영화제에 참석한 ‘토르:러브 앤 썬더’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탈리 포트만도 나오지만 토르의 영화인 만큼 메인 주인공은 크리스 헴스워스”라고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원조 마블 ‘블레이드’, 20세기폭스 다녀온 ‘데드풀’ 합류
마블의 페이즈4 라인업은 극장 개봉 영화와 디즈니+를 통해 방영될 드라마로 나뉘어 있다. 극장 개봉 영화는 ‘블랙 위도우’(2020년 5월) ‘이터널스’(2020년 11월) ‘샹치:10개 반지의 전설’(2021년 2월),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2021년 5월) ‘토르:러브 앤 썬더’ 2021년 11월 등이다. 애초 페이즈4 라인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소니와의 극적 합의가 이뤄져 다시 마블로 돌아온 ‘스파이더맨’ 3편도 2021년 7월 개봉 예정이다.
2022년과 2023년에 개봉하는 영화들로 채워질 예정인 마블 페이즈5 라인업 가운데 가장 먼저 구체적인 개봉 예정 일정까지 공개된 영화는 ‘블랙팬서2’(2022년 5월 6일)다. 이 외에도 ‘앤트맨3’ ‘캡틴마블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등 기존 마블 영화의 새로운 시리즈들이 페이즈5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이 유력하다. 이 네 편은 이미 제작이 확정됐다.
마블 실사영화 가운데 원조로 분류되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블레이드’도 리부트 돼 페이즈5 라인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즈4 라인업 발표 당시 마블은 새로운 ‘블레이드’를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레이드’의 상징적인 존재인 웨슬리 스나입스 대신 주인공을 맡게 되는 이는 마허샬라 알리다.
사진=‘데드풀2’ 홍보 스틸 컷
또한 ‘데드풀3’와 ‘판타스틱4’ 리부트, 그리고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 등이 페이즈5에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이들은 모두 20세기폭스가 판권을 갖고 있던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들이다. 소니의 ‘스파이더맨’과 마찬가지로 마블이 어렵던 시절 판권을 20세기폭스로 넘긴 영화들인데 디즈니가 지난 3월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이들은 다시 한 식구가 됐다.
#아이언맨의 후계자 자리 다지는 스파이더맨
판권을 갖고 있는 소니와 디즈니가 힘겹게 극적 타결을 이뤄낸 ‘스파이더맨’은 바로 3편을 제작해 2021년 7월 개봉하는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스파이더맨 4편 역시 페이즈5에 포함돼 2023년에 개봉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미국에서 스파이더맨의 인기가 폭발적이며 전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블 페이즈1·2·3을 주도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은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의 아버지 같은 역할을 맡았다. 결국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는 흐름이 이어져 온 것. 그렇게 ‘아이언맨’이 떠난 마블의 중심은 점점 ‘스파이더맨’이 돼 가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